성인지 예산, 국방예산급 증가?… 김현숙 후보자 칼럼 논란

입력 2022-04-12 04:19 수정 2022-04-12 09:48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1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서대문구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에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해 언론에 기고한 칼럼에서 성인지 예산에 관한 잘못된 인식을 드러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그의 주장이 여가부 폐지를 주장하는 남초 커뮤니티에서 주로 유통된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김 후보자는 지난해 4월 16일자 조선일보에 기고한 ‘남녀 편 가르기를 양념으로 추가한 문 정부’라는 칼럼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고 해 젊은 여성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예산 지출이 남성과 여성 삶의 차이와 특성을 반영하여 남성과 여성에게 평등하도록 분배한다는 성 인지 예산(gender budget)을 국방 예산과 유사한 수준으로 증가시켰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나 성 인지 예산 확대로 양성평등이 얼마나 진전되었는지에 대한 평가는 있지도 않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김 후보자의 지적은 사실과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인지 예산과 국방 예산은 규모와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우선 성인지 예산은 각 정부 부처 예산 중에 직간접적으로 성평등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 사업 예산을 모은 것을 말한다. 성인지 예산이라는 별도 예산 항목이 있지 않다.

예를 들어 취업지원 사업 예산은 모두에게 일할 기회를 주고, 여성과 남성이 동등하게 수혜를 누리도록 한다는 점에서 성인지 예산으로 분류된다. 새롭게 투입되는 예산이 아니라 기존 편성 예산 중 성인지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는 예산을 재분류한 것이다.

예산 액수를 비교해도 지난해 기준 국방 예산은 52조원으로 같은 해 성인지 예산(35조원)보다 17조원가량 많았다.

일각에서는 김 후보자의 주장이 남초(男超)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회자되던 ‘성인지 예산이 국방비 예산과 비슷하다’는 식의 주장과 비슷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도 대선 후보 시절 “성인지 예산 30조원 중 일부만 떼어도 북핵 위협을 막아낼 수 있다”는 발언으로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여가부는 지난해 7월 이 같은 ‘가짜뉴스’가 확산되자 ‘팩트체크’ 자료를 내고 “성인지 예산은 여성을 위한 예산이 아니라 성인지적 관점에서 분석 대상이 되는 국가의 주요 사업 예산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