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 업체들의 ‘로봇 전쟁’… “미래차는 로봇이다”

입력 2022-04-12 06:01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지난달 출시한 물류로봇 '스트레치'가 상자를 옮기는 모습. 보스턴 다이내믹스 유튜브 캡처

현대자동차가 지난달 주주를 대상으로 연 전략설명회에서 발표한 사업분야는 로보틱스였다. 행사장에서 주주들을 맞이한 것도 자체 개발한 로봇 달이였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인간을 닮은 로봇 ‘테슬라 봇’의 양산을 선언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치열하게 ‘로봇 전쟁’을 벌이고 있다. 로보틱스 사업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현대차그룹이다. 2020년 12월 인수한 세계적 로봇기업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지난달에 물류로봇 스트레치의 판매를 시작했다. 4족 보행로봇 스팟에 이은 두 번째 상업용 로봇이다. 스트레치는 최대 23㎏의 박스를 한 시간에 800개 싣고 내릴 수 있다. 올해 생산분은 이미 매진됐다. 2023~2024년 생산분에 대한 예약 주문을 받고 있다.

머스크는 이런 현대차그룹의 로보틱스 사업을 추켜세웠다. 머스크는 지난달 독일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봐라. 그들은 매년 더 나은 모델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테슬라는 아예 로봇 회사로 탈바꿈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머스크는 지난 7일(현지시각) ‘기가팩토리 텍사스’ 개장식에서 “내년에 사람을 닮은 로봇 옵티머스 버전1의 생산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옵티머스는 지난해 8월 ‘인공지능(AI) 데이’에서 처음 이미지를 공개했던 로봇이다. 키 172㎝, 몸무게 56㎏의 옵티머스는 시속 8㎞로 이동할 수 있고 최대 20㎏의 짐을 옮길 수 있다. 머스크는 테슬라의 차량을 ‘바퀴 달린 로봇’이라고 표현하며 “테슬라는 세계에서 가장 큰 로봇회사”라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 1월 실적발표에서도 “옵티머스가 사이버트럭이나 전기차보다 더 중요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로봇사업 도전은 일찌감치 시작됐다. 혼다는 2000년 2족 보행로봇 ‘아시모’를 내놨다. 2019년 세계 최대 전자·IT 전시회 CES에서 AI기술로 최적 경로를 찾아 움직이는 ‘패스봇’을 선보였다. 도요타는 2017년 원격 조작 휴머노이드 로봇 ‘T-HR3’에 이어 2019년 도쿄모터쇼에서 로봇 ‘마이크로 팔레트’를 내놓았다. GM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로봇 우주비행사 ‘로보노트2’를 공동 개발하기도 했다.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 샤오펑은 최근 카메라와 라이다(LiDAR·레이저 영상센서)로 환경을 식별하고 운행경로를 탐색하는 로봇 말 ‘샤오바이룽’의 시제품을 공개했다.

완성차 업체들이 로봇 사업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이유는 로보틱스 기술이 미래 모빌리티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로봇에 들어가는 라이다와 카메라 등 각종 센서, AI를 활용한 사물 지각능력 기술 등은 자율주행차,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목적기반모빌리티(PBV) 사업의 성장과 직결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전 세계 로봇 시장 규모는 2019년 310억 달러(약 37조원)에서 2024년 1220억 달러(약 148조원)로 커질 전망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자율주행, AI 등 신기술이 종합적으로 적용된 미래자동차는 로봇의 형태가 될 것”이라며 “코로나19 이후 비대면이 일상화되면서 로봇은 더 빠르게 인간 삶에 침투하고 있다. 자동차 기업의 로봇 전쟁은 앞으로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