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기차 기업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SNS 플랫폼 트위터 이사회에 참가하지 않는다. 트위터를 ‘개혁’할 태세로 주식을 사들여 최대주주가 됐지만 정작 자신의 의견을 경영에 반영할 수 있는 이사회 합류는 포기했다.
파라그 아그라왈 트위터 CEO는 11일(한국시간) 자신의 계정에 “머스크가 우리 이사회에 참가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아그라왈 CEO는 “이게 최선이라고 믿는다. 이사회에 들어가든 그렇지 않든 우리는 주주의 의견을 중시할 것”이라며 “머스크는 우리의 최대주주다. 우리는 그의 의견에 계속 열려 있다”고 말했다.
앞서 트위터는 지난 5일 머스크의 이사회 합류를 발표했다. 이 발표대로면 머스크는 앞으로 2년간 이사 자격으로 트위터 경영에 참여할 수 있었다. 그 발표는 1주일도 지나지 않아 번복됐다. 사유도 공개되지 않았다. 머스크는 트위터에 이사회에 참가하지 않는 이유에 대한 의견을 작성하지 않았다.
머스크가 이사회에 합류하지 않는 이유를 놓고 여러 추측만 나온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는 “머스크가 이사회에 합류하지 않으면서 트위터와 합의에 구속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머스크는 이사회의 일원으로 들어가면 트위터 지분의 14.9% 이상을 보유할 수 없다. 머스크의 이사회 합류 포기는 지분을 더 늘리기 위한 목적일 수 있다는 얘기다.
트위터 내부에서 머스크의 이사회 합류에 부정적인 의견이 나왔을 가능성도 있다. 트위터 경영진과 최대주주인 머스크가 이런 내부 여론을 의식해 이사회에 합류하지 않기로 합의했을 가능성이 있다. 로이터통신은 “트위터 내부에서 머스크의 이사회 합류 시 유해 콘텐츠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고 전했다.
머스크는 지난달 말부터 자신의 계정에서 트위터의 운영 방식과 원칙을 놓고 이용자들의 의견을 수집해왔다. 머스크는 트위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는 소식이 전해지기 전인 지난달 25일 자신의 계정서 “트위터는 언론의 자유라는 대원칙을 고수한다고 생각하는가”라며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자신의 지분율이 공개된 지난 5일 “편집 버튼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조사도 실시했다.
지난 9일에는 트위터의 프리미엄 구독 서비스인 ‘트위터 블루’와 관련해 가격 인하와 광고 제거, 암호화폐(가상화폐) 결제 옵션을 제안했다.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에 재택근무로 비워진 트위터 본사 공간중 일부를 노숙인 쉼터로 전환하는 설문도 펼쳤다.
이 과정에서 트위터의 주가는 급등했다. 머스크의 지분율이 공개 당일 트위터 주가는 27%나 급등해 54달러를 뚫고 올라갔다. 머스크가 이사회에 참가하지 않는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날 뉴욕증권거래소 시간 외 매매에서 트위터 주가는 급락하고 있다. 프리마켓 개장 25분 만인 이날 오후 5시25분 현재 5.45% 하락한 43.7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