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 암 발병의 큰 아픔을 겪은 전북 익산 장점마을이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치유와 회복의 공간으로 새로 태어난다. 하지만 당초 발암물질 발생 원인이 된 연초박을 비료공장에 제공했던 KT&G측은 정작 이에 대한 책임을 외면하고 있어 주민들의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11일 익산시에 따르면 시는 2024년까지 65억원(국비 45억, 시비 20억)을 들여 장점마을 인근 폐비료공장(옛 금강농산) 부지 일원에 생태축 복원사업을 추진한다.
이 사업은 인위적으로 훼손·단절된 생태계를 복원해 생물 서식지를 확대하고 문화 서비스 공간을 주민에 제공하는 사업이다.
시는 공장 부지에 주민 치유회복실과 환경교육 프로그램 등을 위한 건물을 짓고, 역사의 교훈장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민들의 의견을 들어 옛 공장 건물 일부를 보존키로 했다. 이어 공장 뒤편에 조성중인 ‘치유의 숲’과 함라산 등산로를 연계한 생태 탐방로와 야생동물 이동 통로, 생태학습장 등을이어 생활권 생태공간을 조성할 방침이다.
앞서 익산시는 전북도와 함께 160억원을 마련해 이 마을 정주 여건 개선과 보건의료 체계 강화를 위한 14개 종합대책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주민복지센터를 최근 완공한데 이어 보건진료소를 짓고 있다. 또 가구별 액화천연가스(LPG) 설치, 태양광 보급 등에 나서고 ‘장점마을 백서’도 제작했다.
김성도 환경안전국장은 “장점마을 주민들이 받았던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다시는 환경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민들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치유·회복공간으로 돌려드리겠다”고 말했다.
앞서 장점마을에서는 2001년 비료공장이 들어선 뒤 2017년까지 주민 99명 중 22명이 암에 걸려 14명이 숨졌다. 이후 사망자와 투병자가 더 늘어 최근까지 모두 18명이 사망하고 23명이 투병 중이다.
이에 환경부는 실태조사를 벌여 비료공장에서 연초박(담뱃잎 찌꺼기)을 유기질 비료로 제조하기 위해 불법 건조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발암 물질이 발병 원인이었다고 2019년 11월 발표했다.
장점마을 주민대책위원회는 익산시와 전북도에 책임을 물어 180명이 157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지자체가 법원 화해 권고 결정을 받아들여 146명에게 모두 42억원의 위로금를 지급했다. 비료회사 대표는 비료관리법 위반 등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KT&G는 이에 대한 사과와 책임 요구를 나몰라라 하고 있어 이를 비난하는 주민들의 목소리가 여전히 거세다. KT&G는 이 비료공장에 2008∼2015년 사이 연초박 2420t을 제공했다.
주민대책위는 KT&G 주주총회를 하루 앞둔 지난달 28일 서울 광화문 앞에서 시민단체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장점마을 환경참사 피해에 대한 배·보상안 의결을 촉구했다. 최재철 위원장은 “KT&G는 연초박을 공급해서 한 마을이 초토화 됐는데도 그동안 한마디 사과도 없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KT&G측은 이날 “회사는 가열 과정이 없는 퇴비 생산목적으로 연초박을 매각하였으나, 이와 달리 금강농산은 유기질비료 제작을 위해 연초박을 불법으로 고온 건조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이 건에 대한 검찰과 경찰 수사 및 감사원 조사에서도 당사의 어떠한 위법행위가 확인된 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익산=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