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구는 최근 보건복지부와 영케어러 시범사업 운영에 대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찾아가는 동주민센터’의 모태인 ‘동복지허브화 사업’도 서대문구가 가장 먼저 시작했다. 서대문구의 ‘키다리 아저씨’로 불리는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은 이처럼 정책 감수성에 기반을 둔 복지 정책만큼은 서대문구가 전국 시도 가운데 최고 수준이라고 자신했다.
문 구청장은 11일 서대문청사에서 가진 국민일보 인터뷰에서 “구청장이 예민하게 정책 감수성을 가지고, 직원과 함께 문제를 풀어가면서 복지 시스템을 꾸준하게 업그레이드해왔다”라며 “12년 동안 복지에 관해서는 전국 226개 시군구 중에서 가장 뛰어난 시스템을 갖췄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문 구청장이 말하는 정책 감수성이란 사회 현상을 예민하게 바라보고 공감하면서 이를 해결하는 것을 뜻한다. 그는 “정책을 만들 때 남보다 높은 수준의 감수성을 가지고 여러 사안을 보려고 했다”며 “나에겐 예산과 집행할 조직이 있으니까 풀어갈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 보니 이같은 정책들이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 구청장은 전국 최초 순환형 무장애 자락길인 안산 자락길을 만들 때의 경험담을 털어놓았다. 처음 안산 자락길은 순환형이 아닌 일부 구간(390m)을 무장애 산책로로 만든 것으로 시작했다. 개장 날 휠체어 탄 장애인들과 산책로를 함께 이동하는 행사를 진행했는데, 한 장애인이 “평생 휠체어를 타고 산에 들어올 수 있을지는 몰랐다”며 울기 시작했다고 한다. 문 구청장은 “원래 순환형 산책길을 만들 생각은 없었다. 그날, 장애인의 눈물을 보고 안산 자락길을 만들었다”며 “장애가 있어도, 유모차를 탄 아이의 부모도 누구나 걸을 수 있는 길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2012년 시작된 동복지허브화 사업도 정책 감수성에 기반한 정책이다. 이는 주민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동 주민센터를 복지서비스를 전달하기 위한 창구로 일원화한 정책이다. ‘신청주의’ 복지 대신 자치구가 선제적으로 복지를 제공하자는 발상에서 시작됐다. 문 구청장은 “동장이나 통장, 보건소 간호사 등이 나가서 복지 대상을 발굴하게 한 제도”라며 “이는 복지의 중심을 동에 뒀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동복지허브화 사업 과정에서 마련한 복지방문지도는 대통령상을 수상하고 다른 지자체로 퍼지기도 했다. 복지방문지도는 통장, 방문간호사 등이 직접 파악한 복지 대상자의 상황을 고위험군(빨간색), 중위험군(주황색), 저위험군(파란색) 등으로 지도에 표시되도록 만든 시스템이다.
문 구청장은 “찾아가는 복지 시스템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지도에 표시하면 되겠다고 해서 만든 시스템”이라며 “이외에도 AI를 활용한 똑똑문안서비스, 천사톡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해 복지 그물망을 더욱 촘촘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서대문구가 최근 집중하고 있는 복지제도는 영케어러 발굴이다. 구는 지난해 11월 청년 간병인 사건이 발생한 직후부터 자체 계획을 수립하고 12월부터 ‘가족돌봄 청소년·청년 발굴 조사’를 긴급 실시하는 등 선제 대응했다.
‘보건복지부 복지 사각지대 위기가구 발굴시스템’을 활용해 관내 9~24세 가구원이 있는 지역 내 위기 징후 가구(단전, 단수, 단가스, 월세 체납, 금융 연체 등) 1071세대를 추출했고, 이어 전화와 우편 등을 활용한 비대면 조사를 통해 위기 상황에 있는 35가구를 발굴해 심층·상담과 서비스 연계를 실시했다. 그 결과로 서대문구는 최근 보건복지부로부터 영케어러 시범사업 대상 자치구로 선정됐다.
문 구청장은 “조사 대상자를 도울 방법을 찾고, 부족하면 필요한 제도를 추가하고 이런 사회적이고 실험적 접근이 가능한 곳이 기초자치단체”라며 “이런 걸 해내면서 중앙정부가 받아들이고, 전국 정책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구청장의 정책 감수성은 복지뿐만 아니라 최근 상권이 과거에 비해 죽은 신촌 상권 활성화에도 적용됐다. ‘연세로 차없는거리’가 대표적인 사업이다. 또 이대역 인근의 노점상들을 신촌기차역 앞에 박스퀘어를 만들어 안정적인 자영업자로 전환하기도 했다.
그는 “미래의 도시에 대해 고민한 결과다. 차가 다니지 않고 여유롭게 사람이 걸을 수 있는 광장을 만들고자 했다”며 “또 어려운 계층에 있는 사업자들을 어떻게 하면서 지원할 수 있을까 고민한 결과가 박스퀘어”라고 말했다.
임기 만료를 앞둔 그에게 아쉬운 점을 묻자 홍제역 지하보행네트워크 사업을 꼽았다. 그는 홍제역이 홍은사거리와 약 300m 정도 거리가 있다는 것에 착안해 해당 구간을 거대한 지하 공간으로 개발하려고 했다. 하지만 첨예하게 대립한 이해관계로 이뤄내지 못했다. 문 구청장은 “개개인 토지주 사이에 이해관계가 많이 얽혀있어서 계속 설득하는 것이 일이었다”라며 “기본 설계까지 마쳤는데, 착공하지 못해서 아쉽다”고 했다.
이제 3선 임기를 마치고 돌아가는 자연인으로 돌아가는 문 구청장은 현재 한국의 지방자치 시스템에 대해서도 조언했다. 그는 “보통 하나의 사업을 하는데 4년 이상 걸린다”며 “좋은 구청장이라면 선택을 꾸준히 받아서 장기간 사업을 수행하고 계획한 사업들이 매듭지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