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이 11일 “부동산 가격 폭등과 세금폭탄은 명백히 현 정부의 잘못이지만 그것을 새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당장 바로잡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안 위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국정 목표를 분명하게 해야 한다. 실현 가능한 목표치를 분명히 하고, 우선순위를 확실하게 잡고, 거기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문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국정은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작업이 아니다. 현재 상황을 더 낫게 만들고 국민께 더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드리는 것이 현실적인 목표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 더 큰 성과를 내고 새 정부 밑그림을 잘 그리기 위해 명심해야 할 점이 있다”며 “현재 국정 상황에 대한 객관적인 사실을 파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부동산 세금도 공시지가, 실거래가 반등률을 떨어뜨리지 않는 한 세금을 획기적으로 낮추기는 어렵고,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주택 공급이 바로 늘어날 수도 없다”고 밝혔다.
안 위원장은 이와 관련 “국민께서는 새 정부 탓이라고 생각하실 것이다. 이전 정부가 물려준 현재의 국정 상황이 어떤 상태인지 냉철하게 판단하고 국민께 정확히 말씀드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금 상황에 대한 평가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이전 정권의 부정적인 유산과 새 정부의 정책적 성과가 뒤섞여 국민께 혼란을 드리고 불필요한 정치적 공세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안 위원장은 그러면서 “문재인정부의 연평균 경제성장률 GDP는 직전 박근혜정부에 비해 1%포인트 낮았고, 1인당 국민총소득(GNI) 증가율도 연평균 1%포인트로 지난 정부의 4분의 1 수준이었다”고 밝혔다. 또 “국가 채무가 박근혜정부에서 연평균 42조6000억원이 늘어났지만 문재인정부에서는 매년 두 배가 넘는 연평균 95조9000억이 증가했다”면서 “국민 소득증가율은 4분의 1토막이 났는데 국가 빚은 해마다 2배 이상 늘어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경제 활력은 떨어지고 빚은 늘어났는데 공무원은 13만명이 늘었다”며 “경제는 엉망이고 나라는 빚더미고 국민은 허리가 휘는 상황, 이것이 새 정부가 현 정부에게서 물려받은 성적표라는 점을 국민께 말씀드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위원장은 또 더불어민주당을 겨냥해 “설상가상으로 지금 국회 다수당이 새 정부의 발목 잡는 것을 넘어서 아예 발목을 부러뜨리려고 벼르고 있다”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정책수단의 한계를 인식하고 새 정부의 정책을 가능한 것부터 속도감 있게 추진하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고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수위 위원들에게 “부동산도, 코로나19 대책도, 경제도, 국가재정도 사실상 우리는 폐허에서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모두 우리의 힘만으로 뚫고 나가야 한다. 남은 기간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