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7일 주한미군 평택기지인 ‘캠프 험프리스’를 방문했을 때 한·미연합사령부 측 인사들과 ‘5대5’ 소인수 환담을 갖고 한·미 연합훈련 정상화와 야외 기동훈련 재개, 확장억제 연습 정례화 등을 논의했던 사실이 10일 확인됐다.
이 의제들은 새 정부가 추진하는 한·미동맹 강화 주요 정책들이다.
그러나 컴퓨터 시뮬레이션 방식 등으로 축소된 한·미 연합훈련이 윤석열정부 등장 이후 정상화되고 야외 기동훈련도 재개될 경우, 북한이 대대적으로 반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윤 당선인은 당시 캠프 험프리스를 방문해 폴 러캐머라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사령관의 사령관실에서 소인수 환담을 가졌다.
환담에는 윤 당선인 측 인사 5명과 한·미연합사 측 인사 각각 5명씩 모두 10명이 참석했다.
윤 당선인 측에선 윤 당선인과 김성한 인수위원회 외교안보 분과 간사, 김태효 인수위원, 국방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이종섭 인수위원, 국방위원회 야당 간사인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이 참여했다.
한·미연합사 측에선 러캐머라 사령관과 김승겸 연합사부사령관, 크리스 코르소 미 대사 대리 등 5명이 참석했다.
윤 당선인 측은 이 자리에서 연 2회 실시되는 한·미 연합훈련의 정상화와 야외 기동훈련 재개 등을 통해 확고한 한·미 연합방위태세 구축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례 한·미 연합훈련은 2018년 6월 싱가포르 1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북한 비핵화를 견인하는 차원에서 폐지되거나 축소돼 실시됐다.
3대 연합훈련으로 꼽혔던 키리졸브 연습과 을지프리덤가디언 연습은 컴퓨터 시뮬레이션 방식의 연합지휘소훈련(CCPT)으로 축소됐다.
전쟁 상황을 가정해 실시되던 대규모 기동훈련인 독수리 훈련은 2019년 폐지되고 대대급 이하 소규모 부대 훈련으로 대체됐다.
4월 중순 시행될 문재인정부의 마지막 연합훈련 역시 예년처럼 컴퓨터 시뮬레이션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윤석열정부가 출범한 하반기부터는 야외 기동훈련이 재개될 가능성이 커졌다.
또 윤 당선인 측은 2018년 이후 사실상 중단된 한·미 확장억제 협의체(EDSCG) 재가동과 미국 전략자산의 전개 등 한·미의 ‘확장억제’ 실행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도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확장억제는 동맹국이 적대국의 핵 공격 위협을 받을 경우 미국이 핵우산, 미사일 방어체계, 재래식 무기를 동원해 미 본토와 같은 수준의 억제력을 제공한다는 개념이다.
한·미 확장억제 협의체(EDSCG)가 재가동된다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추가 발사, 핵실험 등 북한의 고강도 무력 도발 대응 방안으로 항공모함, 핵잠수함, B-1B 전략폭격기 등 미 전략자산의 상시 순환배치가 논의될 수 있다.
미 전략자산 한반도 전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가장 두려워하는 군사적 대응으로 꼽힌다.
특히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비한 한·미 확장억제수단 운용 연습(TTX)을 정례화하는 방안도 대화 테이블에 올랐다.
TTX는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도발 수단으로 사용하는 징후를 포착한 상황을 가정하고, 토의를 통해 대응 방안을 구체화하는 연습 절차다.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 포린어페어스지에 기고한 글에서 “한·미 양국은 문재인 정부시기에 단 두 차례 실시된 TTX를 정례화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또 한·미 간 국방과학기술 협력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국방과학기술 협의체 설립하고, 인공지능(AI)·우주 등 분야에서의 신기술 공동개발 등 실질적 협력을 추진하는 방안도 언급된 것으로 전해졌다.
환담에 참여했던 이종섭 인수위원이 윤석열정부 초대 국방부 장관 후보로 지명되면서 ‘5대5’ 소인수회담에서 논의된 각종 정책에도 힘이 실릴 전망이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