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지검 부장검사 일동 ‘검수완박’ 반대…“졸속 추진, 국민 피해로 귀결”

입력 2022-04-10 21:55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추진에 맞서 전국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의 부장검사 전원이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이정수 중앙지검장과 차장검사 4명도 부장검사들과 의견을 같이 했다.

중앙지검은 10일 부장검사 일동이 이날 오후 5시부터 3시간30분 가량 회의를 진행한 뒤 검수완박 법안에 대해 반대 의견을 냈다고 밝혔다. 이들은 입장문에서 “졸속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검찰 수사기능 전면 폐지 법안’에 대해 반대한다”며 “이 법안이 실현된다면 국가의 범죄 대응 및 국민의 인권보호가 후퇴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검찰의 6대 범죄 직접 수사, 사법경찰관 수사에 대한 보완 수사 기능이 없어지면 범죄 대응 역량이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고, 이는 그대로 국민들의 피해로 귀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의 검수완박 법안 추진이 충분한 논의 없이 성급히 진행되고 있는 점도 지적됐다. 부장검사들은 “70여년간 헌법과 법률에 기초해 운영됐던 형사사법체계의 개편 작업은 다양한 의견 수렴과 합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지난 1년여 동안 검경 수사권 조정 및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 등이 아직 안착되지 않은 상황에서 충분한 검토 없이 완전히 새로운 형사사법체계로의 개편은 국가 사법 시스템 전체에 혼란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치권 내부의 논의만이 아니라 법원 변호사 검찰 경찰 학계 및 시민단체 등 각계 의견을 수렴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형사사법체계 개편 논의를 진행해 주실 것을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이 검사장과 중앙지검 차장검사들도 부장검사들과 같은 전선에 서기로 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 지검장은 11일 전국 검사장회의에서 부장검사들과 같은 의견을 표명할 것”이라며 “차장검사들도 동일한 의견을 모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해당 입장문은 이날 이 지검장과 차장검사들에게도 보고됐다.

중앙지검에서는 민주당이 지난 8일 자당 출신 무소속 양향자 의원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로 사보임하는 등 검수완박 추진을 가속화할 때부터 관련 논의가 이뤄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검찰 관계자는 “주말 사이 (검수완박 관련) 개별적인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졌다”고 말했다. 앞서 대검찰청은 “검찰 수사기능 전면 폐지 법안 추진에 반대한다”고 공개 반기를 들었다.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도 민주당의 검수완박 시도에 반발하는 글이 연이어 올라왔다.

오는 12일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검수완박에 대한 당론이 확정되고 법안 처리가 강행될 경우 검찰에선 사표 제출 등 조직적 반발 움직임도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검찰 조직이 사실상 존폐 기로에 서게 된다는 인식 속에서 김오수 검찰총장의 책임론도 제기될 수 있다. 수도권의 한 부장검사는 “이런 상황에선 총장님부터 직을 걸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도 말했다.

당분간 검찰은 검수완박 법안 처리를 저지하기 위해 총력전에 나설 전망이다. 법조계와 학계에선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에 남아있는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완전히 없애는 내용의 민주당 법안이 현실화되면, 국내 형사 사법 체계에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1월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나타난 사건 처리 지연 등의 부작용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