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동의 항공업계… LCC 지각변동 속 ‘공룡 LCC’ 등장하나

입력 2022-04-12 06:08
지난 5일 영종도 인천국제공항의 항공기들. 국토교통부는 연말까지 국제선 운항을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의 50% 수준까지 복원시키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연합뉴스

항공업계에 태풍이 불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결합으로 대규모 지각변동이 예고된 상황에서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도 격동을 피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공룡 LCC’가 등장한다는 관측과 함께 수년 안에 인수·합병(M&A)을 거쳐 LCC 업계가 2, 3개의 대형 업체로 재편된다는 진단이 제기된다. 기존 LCC의 생존경쟁은 더 뜨거워질 수밖에 없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결합을 조건부 승인하면서 두 회사 계열의 LCC인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 합병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국내 운송 실적 기준으로 진에어는 4위다. 에어부산은 6위, 에어서울은 8위다. 세 회사를 합치면 LCC 업계 1위 제주항공을 뛰어넘는 ‘공룡’이 탄생한다.

항공업계는 이걸 신호탄으로 여긴다. 앞으로 활발한 M&A가 일어날 것으로 본다. 운항 중인 국내 LCC는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 이스타항공, 플라이강원, 에어 프레미아, 에어로케이 등 9곳에 이른다. 경제·여객 규모를 감안할 때 지나치게 많다는 지적이 따라붙는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경영이 악화하면서 합병이든 매각이든 구조개편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항공업에서 가장 중요한 건 안전이다. 새로운 사업자가 경험이나 역량 없이 과도하게 LCC에 뛰어들면 고객 입장에서 불안할 수 있고 안전 문제도 생길 수 있다”면서 “결국 안전이나 정비 쪽에서 노하우를 갖고 있거나 지속적으로 투자를 할 수 있는 기업이 산업의 중심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룡의 등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치열한 경쟁으로 누렸던 가격·선택의 이점이 사리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오랫동안 코로나 버텨왔던 상황에서 코로나19 엔데믹 전환이 희망적이지만, 의도치 않은 M&A나 조직개편이 일어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5일 오후 김포국제공항에 위치한 KAC CAE 항공훈련센터에서 진행된 제주항공의 B737-8 시뮬레이터 도입행사에서 제주항공 운항승무원들이 시뮬레이터 훈련을 시연하고 있다. 제주항공 제공

‘공룡’ 출현이 기존 LCC에 되레 기회라는 분석도 나온다. 공정위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결합을 승인하면서 슬롯(시간당 항공기 운항 횟수)·운수권의 일부 반납이라는 단서를 달았기 때문이다.

LCC들은 중장거리용 항공기를 준비하는 등 선제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제주항공은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보잉의 차세대 기종(B737-8)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제주항공은 운항거리 증가에 따라 중앙아시아, 인도네시아 등의 신규 노선 개발을 기대한다. 티웨이항공도 최근 대형기 A330-300를 도입했다. 티웨이항공은 싱가포르, 호주 시드니, 하와이, 동유럽 등에 이 항공기를 투입할 계획이다.

제주항공은 오는 6월 국내 LCC 중 처음으로 B737 화물 전용기를 도입하며 화물사업을 강화해 수익구조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에어프레미아도 첫 취항 여객 노선으로 미주 LA를 1순위로 준비 중이다. 호치민, 하노이, 나리타, 방콕 및 하와이, 유럽 등으로 노선 확장도 예정하고 있다.

황 교수는 “국내 LCC 업계는 이미 경쟁 과열에 더해 중국 사드 보복, 일본산 불매운동 등의 사회적 이슈에 따라 부침을 겪어왔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위기감이 더해지고 있다”면서 “향후 5년 안에 LCC들이 중장거리 노선, 화물운송 등으로 사업모델을 전환하거나 M&A로 재편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