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복 목사 별세, 예장통합 화해의 손길 건넸다

입력 2022-04-10 20:48

지난 7일 별세한 1세대 민중 신학자 김용복 목사는 국제 신학계에서 더 큰 명성이 있었다. 소속 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총회(총회장 류영모 목사) 보다 한국교회와 시민사회와 협력했던 학자이기도 했다. 진보 성향의 민중 신학자라는 꼬리표가 예장통합과의 관계를 어렵게 만들었다.

9일 예장통합 총회 에큐메니컬위원회(위원장 이순창 목사)가 김 목사의 위로 예배를 주관한 건 그간의 관계를 봤을 때 큰 의미가 있다. 김 목사가 세상을 떠난 뒤 총회가 화해의 손길을 건넨 것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1938년 전북 김제에서 태어난 고인은 연세대 철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프린스턴신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마쳤다. 한국기독교학회·한국민중신학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아시아기독교협의회(CCA) 세계교회협의회(WCC) 상임연구원, 아시아태평양생명학연구원 이사장, 한일장신대 총장 등을 지냈다.

위로 예배 설교도 류영모 총회장이 직접 전했다.

‘선지자, 역사의 중심을 잡는 사람’이라는 제목의 설교에서 류 총회장은 “번영신학과 교회 성장주의가 확산할 때 김 목사님은 한국교회에서 중심을 잡아주셨던 분이었다”며 “나 또한 김 목사님께 직접 배운 기회가 없어 아쉬움이 크다”는 소회를 밝혔다. 그러면서 “교회 성장과 보수주의로 기울어진 역사의 마당에서 중심을 잡기 위해 애쓰셨던 김 목사님이야말로 시대의 선지자였다”면서 “온 인생을 통해 역사의 주인은 오직 하나님이고 민중이 역사의 주체로 서야 한다고 웅변하던 김 목사님이 그리울 것 같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장로회신학대 제3세계교회지도자훈련원 부원장(1985~1988)을 시작으로 한일장신대 총장(1992~1999)까지 지내며 교단 신학자로 활동했지만 총장 연임이 부결되면서 교단과의 관계가 멀어졌다. 오히려 2018년 한국기독교장로회 소속 한신대가 김 목사를 석좌교수로 추대하면서 학술 활동을 이어갔다.

예배에서 조사를 전한 박성원 경안신학대학원대 총장이 김 목사에 대한 재평가를 언급했다.

박 총장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신학 분야 천재였지만 민중 신학자라는 이유로 교단에서 귀하게 모시지 못했는데도 교단을 향한 김 목사님의 사랑은 무조건적이었다”면서 “이제라도 김 목사님의 삶과 신학을 기려야 한다”고 전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