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벚꽃길 3년 만에 전면개방… 상춘객도 상인도 함박꽃

입력 2022-04-10 18:45 수정 2022-04-10 20:02
완연한 봄 날씨가 이어진 10일 코로나19 이후 3년 만에 개방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윤중로 벚꽃길이 만개한 벚꽃을 보려는 상춘객들로 붐비고 있다. 권현구 기자.

10일 오전 8시. 비교적 이른 일요일 오전 시간대였지만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윤중로 벚꽃길로 들어가는 가장 가까운 왕복 8차선 횡단보도는 인파로 꽉 차 있었다. 서울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 2번 출구에서 윤중로로 이어지는 인도 역시 만개한 벚꽃을 보러 온 사람들로 가득찼다. 어린 아이의 손을 잡고 조심조심 걷는 부부부터 간편한 운동복 차림으로 친구들끼리 나온 20대, 선글라스를 끼고 나와 사진 찍는 장년층까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3년 만에 개방한 여의도 윤중로 벚꽃길에 한껏 들뜬 모습이었다.

벚꽃 명소인 여의도 윤중로는 3년 만에 전면개방돼 주말 내내 봄나들이객들로 붐볐다. 윤중로가 인원 제한 없이 전면 개방된 건 코로나19 유행 이후 처음이다. 코로나19 유행 첫해인 2020년에는 전면 통제됐고, 지난해에는 추첨을 통한 예약제로 관람이 가능했다. 영등포구에 따르면 개방 첫날이던 지난 9일 윤중로 벚꽃길 방문객은 12만1000명으로 집계됐다. 10일도 비슷한 규모일 것으로 예측됐다.

경기 안양에서 윤중로를 찾은 김현녀(59)씨는 “그동안 코로나 때문에 따로 벚꽃놀이를 간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 여의도를 개방한다고 안양에서부터 왔다”며 “다리가 불편해 절뚝거리면서까지 온 보람이 있을 정도로 아름답다”고 감탄했다. 경기 남양주에서 자전거를 타고 왔다는 김명선(51)씨도 “남양주에서 자전거를 타고 30㎞를 달려 윤중로에 왔다”며 “윤중로 벚꽃길은 처음인데 다른 곳과 달리 (벚꽃이) 더 풍성해 보인다”고 전했다.

몰려든 인파로 음식점을 찾는 이들이 급증하는 바람에 조기 마감을 하는 곳도 생기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 한 식당에서 일하는 유순상(58)씨는 “벚꽃길 개방으로 지난 금요일에도 예상보다 더 많은 사람이 몰렸다”며 “그날 결국 재료 소진으로 저녁 일찍 장사를 마무리 했다”고 웃었다.

일손이 부족해 가족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가게도 있었다. 카페를 운영하는 탁영석(49)씨는 “주말 손님이 너무 많아 가족에게 도움을 부탁했다”고 했다. 탁씨는 “어제만 해도 평소보다 장사가 다섯 배 정도 잘 됐다. 혼자 하기에 손이 모자라 오후 2시부터는 아들, 딸에게 도와달라고 부탁할 정도였다”며 “오늘도 오전부터 자식들에게 나와서 도와달라고 이야기해 놨다”며 웃음을 지었다.

1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윤중로 벚꽃길를 찾은 시민들이 봄을 만끽하고 있다. 뉴시스

여의도 윤중로와 함께 벚꽃 명소로 꼽히는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도 이른 아침부터 벚꽃을 보러 나온 상춘객들로 가득 찬 모습이었다. 신유진(28)씨는 “그동안 코로나 조심한다고 바깥 외출을 최대한 삼갔는데, (코로나가) 걱정은 되지만 주변 사람들이 돌아다니는 추세라 덩달아 불안함이 무뎌졌다”고 말했다. 석촌호수 산책로 중간에서 꽃 머리띠를 팔던 60대 김중현씨는 “이렇게 사람이 많이 모인 걸 본 게 언제인지 모르겠다”며 “빨리 코로나가 끝나 경제적 어려움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성윤수 기자 tigri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