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오수 검찰총장이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움직임에 대해 “명운을 걸어야 한다”며 총력 대응 뜻를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검장회의에서는 “집이 없어지면 그 안의 사람에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고위직 검사 일괄 사표 의견마저 제시됐다고 한다.
이에 민주당은 “검찰의 기득권 사수 몸부림이 선을 넘고 있다”며 더욱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새 정부 출범 한 달을 앞두고 다수 의석의 민주당과 검찰의 대치가 날로 격화하는 양상이다.
10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검찰은 민주당의 법안들을 수사·기소 분리를 넘어 ‘검찰 폐문’ 시도로 규정하고 김 총장을 중심으로 정면 대응할 뜻을 모았다. 김 총장은 지난 8일 고검장회의에서 집단 의견이 정치권을 자극할 가능성을 우려하면서도 “검찰이 명운을 걸 때”라는 인식을 보였다고 한다.
고검장회의에서는 “사실상 검찰 폐지 시도인 만큼 검사장급 이상은 모두 직을 던져야 한다”는 발언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폐지의 정당성을 되묻는 수단으로서 검찰 고위직의 사표 방안이 거론된 것이다. 프랑스의 수사판사 제도 폐지론이 불거졌을 때 법률가들의 파업이 동반됐다는 말도 회의 자리에서 나왔다.
11일에는 전국 검사장회의가 예정돼 있다. 민주당 의원총회가 열리는 12일까지 전국 검찰청에서는 간부, 평검사, 수사관 등 모든 직역의 비판 성명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의총 이후에는 대한변호사협회 등에 검수완박 시도가 검찰만의 문제가 아닌 형사사법체계 전반의 문제라는 점을 알리기로 했다. 검찰 폐지가 국민에게 이익이라면 당연히 받아들이겠지만, 지금은 범죄 대응 공백을 초래하는 정치적 처사일 뿐이라는 게 검찰 구성원들의 주장이다. 법학계에서도 지난해 1월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나타난 수사 지연 등 부작용 해소가 우선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당은 검찰의 태도를 ‘입법부에 대한 도전’으로 규정하고 압박 강도를 더하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의 한 의원은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검찰이나 국민의힘의 반대와 상관없이 당 지도부는 검수완박을 완성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며 “다음 달 10일 윤석열정부 출범 전 검찰개혁 완수는 역사의 명령”이라고 강조했다.
이수진 민주당 원내대변인도 국회 브리핑에서 “대한민국 검찰 70년의 역사가 왜 ‘검찰공화국’, ‘정치검사’로 점철됐는지 검찰 스스로 돌아보길 바란다”며 “검찰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는 검찰 기득권 해체를 통한 검찰 정상화이며 사법정의 실현, 국민 기본권 보장”이라고 주장했다.
검수완박 강행 처리를 주장하는 민주당 의원들은 검수완박 이슈가 6·1 지방선거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개혁 대 반개혁’ 구도로 윤석열정부와 대립각을 세워 지지층 결집을 극대화하면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민주당이 또다시 ‘입법 독주’ 프레임에 갇히면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경원 오주환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