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 금리 6%에 DSR까지… 대출 문턱, 서민에게는 여전히 높다

입력 2022-04-11 06:00

은행권이 한도를 높이고 우대 금리를 제공하는 등 대출 문턱을 경쟁적으로 낮추고 있다. 정부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제 시행 이전 상황으로 복귀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기준 금리가 계속 오르고 있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완화 가능성도 낮아 소득이 높지 않은 다수의 고객은 여전히 돈을 빌리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은행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오는 12일 오후 5시 이후 접수분부터 주력 신용대출 상품인 ‘하나원큐신용대출’ 한도를 기존 1억5000만원에서 2억2000만원으로 7000만원 상향하기로 했다. 이달부터 가산 금리를 0.2%포인트 낮춘 데 이어 한도까지 높이기로 한 것이다. 2억2000만원은 가계대출 총량 관리제 도입 이전 수준이다. 다만 연 소득 범위를 초과하는 만큼은 빌릴 수 없다.

우리은행의 경우 오는 11일부터 부동산 플랫폼 애플리케이션인 ‘우리원더랜드’ 가입자가 주택담보대출(주담대)·전세대출을 신규로 받을 경우 0.1%포인트의 우대 금리를 제공한다. 이는 지난달 21일부터 신규 주담대·전세대출에 제공하던 0.2%포인트의 우대 금리와는 별개다. KB국민은행은 지난 5일부터 주담대·전세대출 금리를 최대 0.55%포인트, 신한은행은 8일부터 최대 0.2%포인트 인하했다.

시중은행이 잇따라 한도를 높이고 금리를 낮추는 것은 최근 가계대출 영업이 부진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중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1월부터 3개월 연속 감소했다.

은행권의 금리 인하에도 여전히 가계대출 상품 금리는 고공 행진하고 있다. 지난 8일 우리은행 고정(혼합)형 주담대 금리는 연 6.26%까지 치솟았다. 지난달 29일 상단이 6.01%를 기록해 6% 선을 돌파한 지 열흘 만에 0.25%포인트나 더 오른 것이다. 하나은행의 경우에도 10일 기준 고정(혼합)형 주담대 금리는 6.22%까지 올랐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시장에 금리 시그널(신호)을 보내 가계가 스스로 부채를 관리하도록 유도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금리는 당분간 상승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불과 5~6개월 전인 지난해 11월만 해도 주담대 금리는 3%대 초중반에 머물렀다. 거치 1년, 30년 상환 조건으로 4억원을 빌린다고 가정할 때 첫해 상환액은 금리가 3.5%라면 117만원에 불과하지만 6%라면 200만원으로 훌쩍 뛴다.

실질적으로 가계대출 ‘브레이크’ 역할을 하는 DSR 규제도 현행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규제를 무리하게 풀었다가 간신히 잡은 가계대출 증가세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에 인수위가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은행권 관계자는 “시중은행이 문턱을 낮춘다고는 하지만 고금리에 DSR 규제까지 겹쳐 대출 수요가 실제로 늘어날지는 의문”이라면서 “대출 규제 완화의 효과는 일부 고소득 전문직에만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