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홉스’를 ‘보댕’으로 잘못 적어 과락한 정치학도…尹정부 초대 산업 장관에

입력 2022-04-10 17:09 수정 2022-04-10 17:18
‘홉스’를 ‘보댕’으로 잘못 적어서 과락
1년 뒤 행시 29회 수석 합격
‘잘 나가던’ 관료에서 기술혁신 전문가로


새 정부의 초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로 10일 발탁된 이창양(62) 후보자는 산업 정책과 관련해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인사로 꼽힌다. 산업부에서 요직인 산업정책과장을 역임했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 경영공학부 교수로도 20년 넘게 재직해왔다. 국내에서 기술혁신 분야의 대표 전문가로 꼽힌다.

이 후보자는 경남 고성에서 4남3녀 가정의 막내아들로 태어났다. 이 후보자의 이력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건 1985년 행정고시 29회 수석 합격이다. 그는 합격 직후 ‘고시계’에 남긴 ‘수석 합격의 변’이란 제목의 수기에서 26회 행시부터 도전했지만, 번번이 낙방했던 경험 등을 소개했다.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했지만, 이 후보자는 정작 28회 행시 정치학 과목에서 과락하면서 고배를 마셔야 했다. 당시 ‘리바이어던(국가의 역할을 거대한 인간에 빗대 설명한 영국 철학자 토머스 홉스의 저서)’의 저자 이름을 장 보댕(프랑스 철학자)으로 잘못 적어내는 게 원인이었다. 이 후보자는 이 일화를 소개하며 “잘 아는 문제일수록 침착한 태도가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고 회고했다.

공직 입문 이후 이 후보자는 산업 정책 전문가로 거듭났다. 그는 1986년 상공부(산업부 전신) 사무관으로 시작해 15년 만에 산업부 산업정책과장 등 주요 보직을 역임했다. 1997~1998년 외환위기 당시 대통령 비상경제대책위원회 전문위원으로 일하며 산업 정책과 기업 구조조정 역할을 담당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 하버드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은 직후인 2000년 돌연 KAIST로 자리를 옮겼다. 당시에 ‘잘 나가던’ 경제 관료였던 이 후보자가 돌연 학교로 가는 것이 다소 의외라는 평가가 나왔다고 한다.

교수가 된 뒤에는 공직 경험을 바탕으로 정부 기관이나 민간 기업에 조언자 역할을 해왔다. 특히 한국 경제의 주력인 반도체 관련 업체에서 여러 차례 사외이사를 지냈다. 이 후보자는 반도체 소재 생산사인 TCK 사외이사(2009~2014년), SK하이닉스(2012~2018년) 등에서 사외이사를 역임했다. LG디스플레이에서도 2019년부터 사외이사를 거쳐 지난해 10월부터는 ESG위원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2017년 신성장 분야에 대한 정책금융 지원을 총괄하는 신성장위원회 초대 위원장을 지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이 후보자에 대해 “15년여간 통상과 산업 정책을 두루 다룬 정책 전문가”라며 “기술혁신과 산업에 대한 식견, 정책 수립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 산업과 에너지 분야의 경쟁력을 높여 한국 경제의 역동적 성장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후보자도 이날 인수위에서 열린 장관 후보자 지명 기자회견에서 “산업의 대전환기를 넘어서고 우리 경제가 재도약할 수 있는 산업 정책을 구상하겠다. 규제개혁을 통해 기업 활력을 높이는 것을 큰 방향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 후보자의 민간 기업 사외이사 경력을 두고는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있어 향후 청문 정국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세종=이종선 신재희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