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찬성은 10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잭슨빌 비스타 베테랑스 메모리얼 아레나에서 열린 ‘UFC 273’ 메인이벤트 페더급 타이틀전에서 볼카노프스키에게 4라운드 TKO 패배를 당했다. 코리안 파이터 중 UFC 내 유일한 탑 랭커로서 한국인 최초 챔피언 등극을 꿈꿨지만 생각보다 더 높았던 챔피언의 벽에 고개를 떨궜다.
정찬성은 자신의 등장곡인 크랜베리스의 ‘좀비’에 맞춰 자신감 있는 표정으로 입장했다. 시작부터 현지 팬들의 ‘좀비’ 챈트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마치 홈 경기와 같은 분위기로 경기에 임했다.
경기 초반 볼카노프스키는 인사이드 레그킥, 정찬성은 앞손 잽을 앞세워 신중하게 거리싸움을 벌였다. 신중한 챔피언의 탐색전에 정찬성은 가드를 내리고 안면 유효타를 허용하면서 볼카노프스키를 끌어들여 난전을 유도했다. 하지만 남다른 스피드와 적중력을 자랑한 볼카노프스키의 원투 펀치가 정찬성의 안면에 연이어 꽂히며 라운드 막판 슬립다운을 허용하기도 했다.
2라운드에서는 클린치 상황에서 떨어지면서 던지는 볼카노프스키의 오버헤드 펀치가 계속 정찬성에 데미지를 줬다. 프런트킥으로 반격했지만 볼카노프스키의 오른손 스트레이트가 적중하며 그로기 상태에 빠졌고 2분여를 남기고 테이크다운을 허용해 그라운드로 끌려갔다. 전반적으로 타이밍과 속도에서 챔피언이 압도하는 추세로 경기가 이어졌다.
3라운드에서는 거리싸움 대신 UFC 초창기 ‘좀비’라는 명성을 얻게 해줬던 ‘닥공’모드로 연타를 꽂아 넣었지만 냉정한 볼카노프스키는 정확한 왼손 잽과 오른손 스트레이트로 맞받아쳐 유효타를 쌓아갔다. 20여초 남기고 안면에 펀치를 연속 허용하며 다운된 정찬성은 남은 시간을 가까스로 버티며 4라운드로 넘어갔다. 하지만 시작부터 볼카노프스키의 소나기 펀치에 휘청이자 심판이 스탠딩 상태에서 TKO를 선언하면서 경기는 그대로 마무리됐다.
정찬성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어느 때보다 잘 준비했고 몸 상태가 좋았는데 넘을 수 없는 벽을 느낀 것 같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는 “시합을 지면 항상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더 이상 챔피언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며 “계속 하는 게 맞는지 잘 모르겠다”고 은퇴를 암시했다. 이어 옥타곤 위에서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며 복잡한 감정을 표출했다.
볼카노프스키는 UFC 전적 10승 무패로 극강의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2019년 12월 맥스 할로웨이를 꺾고 챔피언에 올랐다. UFC 파운드 포 파운드(모든 선수 동일 체급 가정) 랭킹 3위에 올라있는 강자로 대다수 배팅사이트들이 볼카노프스키의 압도적 승리를 예상했다. 통산 전적 17승 6패로 페더급 현 랭킹 4위인 정찬성은 “타이틀을 따기 위해 지난 15년 간 싸워왔다”며 “챔피언보다 메인이벤트 경험은 내가 더 많다. 그것이 나의 가장 큰 무기”라고 출사표를 던졌지만 끝내 꿈을 실현하지 못한 채 아쉬운 뒷모습으로 옥타곤을 떠났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