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복 목사님 그립습니다” 예장통합 눈물의 위로예배

입력 2022-04-09 10:58
류영모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회장이 9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고 김용복 목사 위로예배에서 설교하고 있다.

“김용복 목사님은 기울어진 역사의 마당에서 중심을 잡아준 선지자셨습니다.”

류영모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총회장이 9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고 김용복 목사 위로 예배’에서 설교하며 전한 메시지다. 이날 예배는 예장통합 총회 에큐메니컬위원회 주관으로 진행됐다. 순서를 맡은 이들은 눈물을 쏟으며 김 목사를 그리워했다.

우리나라 1세대 민중 신학자이자 1988년 발표된 ‘민족의 통일과 평화에 대한 한국기독교회 선언’(88선언)의 초안자 중 한 명인 김 목사는 7일 별세했다.

류 총회장은 “김 목사님은 보수화하는 한국 교회에서 중심을 잡아주던 분이었다”면서 “주의 종이야말로 역사를 바로 세우는 사람으로 살아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 김 목사님은 역사의 중심에 선 선지자였다”고 말했다. 이어 “온 인생을 통해 역사의 주인은 오직 하나님이고 민중이 역사의 주체로 서야 한다고 웅변하던 김 목사님이 그립다”고 전했다.

조사는 박성원 경안대학원대 총장이 전했다.

박 총장은 “세계 곳곳에서 김 박사님을 멘토로, 에큐메니컬 지도자로, 굴하지 않는 혁명적 신학자로, 정다운 친구로 여기는 이들이 많은데 이들이 큰 기둥을 잃고 허망함에 빠졌다”면서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세계적 신학자로 신학 분야의 천재였지만 민중 신학자라는 이유로 소속 교단인 예장통합 총회에서 귀하게 모시지 못했는데도 교단을 향한 김 목사님의 사랑은 무조건적이었다”고 회고했다.

이어 “권력에 굴하지 않는 정의의 사도이자 평화를 포기하지 않는 수호자로 사셨다”면서 “권력과 제국을 향한 비판은 늘 날카로웠지만 민중을 향한 인품은 고난의 종 그 자체였다”고 추억했다.

1938년 전북 김제에서 태어난 고인은 1961년 연세대 철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프린스턴신학교와 프린스턴신학대학원에서 신학을 공부했다. 한국기독교학회 회장과 한국민중신학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아시아기독교협의회(CCA) 세계교회협의회(WCC) 상임연구원과 아시아태평양생명학연구원 이사장, 한국YMCA생명평화센터 고문 등을 지냈다.

예장통합에서는 새문안·용산교회 부목사, 산돌교회 담임목사, 장로회신학대 제3세계교회지도자 훈련원 부원장, 총회 21세기 교단발전 전문위원, 한일장신대 총장으로 봉사했다.

국제 기독교 기구에서도 조전을 보내왔다.

세계선교협의회(CWM)은 “1977년 CWM 시작부터 우리의 비전과 사역에 지대한 공헌을 했고 2016년 제주에서 열린 총회에서 외치신 평화와 생명의 메아리를 오래도록 기억하겠다”면서 “ CWM과 아시아 에큐메니컬 공동체는 꿈꾸는 소년 떠나보냈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세계개혁교회커뮤니언(WCRC)는 “주변인이 주체가 되는 WCRC의 선교적 관심은 김 목사님의 끼친 영향의 결과”라면서 “그의 죽음을 애도하면서 그가 남긴 공헌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바랐다. 글·사진=
예배 후 장남 김제민(왼쪽 두 번째)와 교계 관계자들이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