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기심 때문”…먹튀 논란 입연 ‘경태아부지’ 여친

입력 2022-04-09 10:29
택배견 '경태 아부지' 인스타그램 캡처

반려견과 함께 택배 일을 하며 유명세를 얻었다가 후원금 ‘먹튀’ 의혹에 휩싸인 택배기사 A씨(34·일명 경태아부지) 측이 관련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A씨는 사기 및 기부금품 모집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입건된 상태다. A씨에게 돈을 빌려주고 돌려받지 못한 사람들의 피해 금액은 1억원이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8일 SBS ‘궁금한 이야기 Y’ 방송 내용에 따르면 유기견 출신 몰티즈 ‘경태’와 심장 질환이 있는 강아지 공장 출신 시츄 ‘태희’를 돌보고 있던 A씨는 반려견의 건강을 이유로 SNS에서 돈을 빌리고 다녔다.

앞서 돈을 빌리기 전 A씨는 ‘1000원 챌린지’를 진행해 10분 만에 1800만원에 가까운 후원금을 모았다. 그는 “혼자라면 어떻게든 살아가겠지만 아픈 아이가 둘이니 정말 힘이 든다”며 후원을 요청했다.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1000만원 이상 금액의 기부금품을 모집하는 경우 모집 사용계획서를 등록해야 한다. A씨의 경우 이런 허가 절차를 받지 않았다. 그는 이런 사실을 알게 된 후 “후원금을 모두 돌려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A씨는 첫 번째 후원금 반환 및 기부금 사용에 대한 인증도 없이 두 번째 후원금을 모으기 시작했다. 태희의 건강을 이유로 약 4시간 동안 계좌를 여는 방식이었다. A씨는 “현실 앞에서 또 무너진다. 한 번만 더 도와달라”고 했고 사람들은 의심 없이 지갑을 열었다.

A씨는 이후에도 사람들에게 돈을 빌리고 다녔다. 일부 후원인에게는 “대출을 받아서라도 빌려 달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요구에 후원인들은 적게는 50만원에서 많게는 1000만원 이상의 돈을 빌려줬다. 확인된 피해 금액만 1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태희가 심장병 진단을 받은 것은 사실이었지만, 반려견들의 병원비는 지난해 말부터 약 200만원이 조금 넘는 정도였다고 한다. A씨가 실제 필요한 병원비보다 훨씬 큰 금액을 빌리고 다녔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SBS '궁금한 이야기 Y' 방송화면 캡처

그간 후원인들에게 돈을 독촉하던 이는 A씨의 여동생으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A씨 지인에 따르면 그는 여동생이 아닌 여자친구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 지인은 방송을 통해 “(A씨의) 여자친구 일자리가 안 잡혀 놀고 있었다. 여자친구는 자기네 강아지니까 그걸로 돈벌이가 되지 않을까 해서 그런 것 같다. SNS도 다 여자친구가 운영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궁금한 이야기 Y’ 측은 A씨를 취재하려 했지만 A씨는 제작진을 경찰에 신고하며 취재를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밝혔다.

A씨 대신 연락이 닿은 여자친구 B씨는 “다 제가 한 것이다. 제 이기심 때문이다. 어떻게든 빚을 막고자 했던 이기심”이라고 전했다.

그는 “다시 갚아주면 되니까 아무 생각 없었다. 그렇게 처음에 시작한 500만원이 4000만원이 된 것”이라며 “빠른 시일 내에 공식적으로 정리 빨리해서 올릴 거다. 참 인터넷 세상이 무섭다”고 덧붙였다.

SBS '궁금한 이야기 Y' 방송화면 캡처

돈을 빌려준 이들과 후원자들에 대한 사과는 없었다.

B씨는 “이 일이 왜 터진 건지 모르겠다. 억울하다. 남자친구 뒤를 캐보면 어떤 애인지 각이 나오지 않냐. 휴대전화에 나온 화면은 토토가 아닌 게임이다. 방구석 탐정들 나섰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부 누리꾼들이 해당 논란에 ‘불법 스포츠 토토’를 하느라 빚을 졌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B씨는 “강아지들은 많이 좋아졌다. 보고 싶냐”며 “그냥 보고 싶어하시는 것 같길래”라며 웃기도 했다.

현재 A씨는 논란 이후 22만 팔로워를 보유한 인스타그램 계정을 폭파한 상태다.

이주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