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해한테 인정받고 싶어, 현수처럼” 숨진 남편 메시지

입력 2022-04-09 06:17
지명수배 된 이은해(왼쪽)와 사망한 남편 윤씨. SBS 제공

‘가평 계곡 살인 사건’의 피해자 윤모(사망 당시 39세)씨가 생전 용의자인 아내 이은해(31)에게 인정받고 싶다는 하소연을 공범 조현수(30)에게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8일 채널A에 따르면 윤씨는 숨지기 5개월여 전인 2019년 1월 조현수에게 SNS 메시지를 보내 이씨로부터 무시를 당해 괴롭다는 취지의 고민을 털어놨다. 그는 “은해한테 쓰레기란 말 안 듣고 싶어” “나도 은해한테 정신병자란 소리 안 듣고 그냥 존중받고 싶어”라고 말했다.

윤씨는 또 “이제 좀 무서워 은해가 짜증 내고 욕할까봐”라며 이씨를 향한 두려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내 “나도 현수처럼 은해에게 인정받고 싶다” “은해한테 꼭 인정받아서 잘 살고 싶다”며 이씨와의 관계 회복을 바라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채널A 보도화면 캡처

윤씨는 2019년 6월 초 이은해 일행과 함께 수상레저시설에 갔을 때, 10살 이상 어린 일행들의 담배와 수건 심부름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윤씨가 이은해로부터 정신을 지배해 타인을 노예처럼 만드는 행위인 일명 ‘가스라이팅(gaslighting)’을 당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윤씨는 대기업 연구원 출신으로 6000만원 수준의 연봉을 받고 있었지만 경제권을 이씨에게 모두 넘겨 생활고를 겪었고, 신혼집을 마련하고도 함께 살지 못해 반지하를 전전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이날 KBS 뉴스 ‘디라이브’에서 “이은해는 악의를 갖고 윤씨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다. 그러면서 마치 사랑을 줄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부부 관계를 유지해주지 않는다”며 “윤씨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내이기에 헌신적으로 애정을 갖게 된다. 이씨는 그 애정을 이용해 ‘가스라이팅’이라고 부를 수 있는 다양한 종류의 심리적 압박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살인 혐의를 받고 도주 중인 이은해(31·여)와 공범 조현수(30). 인천지검 제공

이은해와 조현수는 2019년 6월 30일 오후 8시24분쯤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윤씨를 살해한 혐의로 공개수배됐다. 검찰은 이들이 남편 명의로 든 생명 보험금 8억원을 노리고 범행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같은 해 2월과 5월에도 복어 피 등을 섞은 음식을 먹이거나 낚시터 물에 빠뜨려 윤씨를 살해하려 한 혐의도 받는다. 첫 검찰 조사 후 잠적한 두 사람은 4개월째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