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대해 대검찰청이 “형사사법시스템의 근간을 뒤흔든다”며 공개 반기를 들었다. 차기 정부 출범 전 검수완박을 마무리하려는 민주당과 검찰이 정면 충돌하는 모습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공약으로 ‘검찰 권한 회복’을 내건 만큼 이 문제가 정치권의 뇌관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검찰수사권 실무를 담당하는 권상대 대검찰청 정책기획과장은 8일 오전 검찰 내부전산망 ‘이프로스’에 “검수완박 관련 상황과 문제의식을 공유하고자 한다”며 글을 올렸다. 그는 “70년 검찰 역사와 제도를 형해화시키고 형사사법시스템의 근간을 뒤흔드는 법안”이라며 “법안과 심의절차가 과연 헌법과 국회법이 용인하는 내용인지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이 글은 친정부 성향으로 알려진 김오수 검찰총장의 승인을 받아 게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대검찰청 대변인실도 이날 오후 공식 입장문을 통해 “정치권의 검찰 수사기능 전면 폐지 법안 추진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국회는 전날 민주당 출신 양향자 무소속 의원을 법제사법위원회로, 법사위에 소속됐던 박성준 민주당 의원을 기획재정위원회로 맞바꿔 사·보임했다. 이로써 ‘민주당 3, 국민의힘 3’ 구도였던 법사위 안건조정위는 ‘무소속 포함 범여권 4, 국민의힘 2’ 구도로 재편되게 됐다. 안건조정위 구도가 바뀌면서 쟁점 안건도 민주당 의지대로 처리될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권 과장은 내부망 글에서 “(민주당은) 사·보임을 검수완박 등 쟁점 법안 처리를 위한 게 아니라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지난해 사·보임을 통해 안건조정위가 무력화된 사례가 있다”며 “다른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일선 검사들도 권 과장 글에 지지 댓글을 달고, 따로 입장문을 올리는 등 적극 호응했다. 이복현 서울북부지검 형사2부장은 “껍질에 목을 넣는 거북이마냥, 모래 구덩이에 머리를 박는 타조마냥 사라져버리시는 분들을 조직을 이끄는 선배로 모시고 있다는 게 부끄럽다”며 김 총장 등 친정부 성향 검찰 고위 간부들의 명확한 반대 입장 표명을 압박하기도 했다. 대검은 이날 오후 김 총장 주재로 전국 고검장 회의를 열어 검수완박 강행 처리 문제를 논의했다. 대구지검 등 일선 지검·지청 단위에서도 대책 논의가 이어졌다.
검찰 수사권 조정 문제는 차기 정부와 ‘172석 거대 야당’이 될 민주당의 최대 쟁점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은 지난해 3월에도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등 검수완박 정책을 추진했다.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윤 당선인은 총장직을 내던지며 “검수완박은 부패를 완전 판치게 하는 ‘부패완판’”이라고 거세게 반발한 바 있다.
민주당은 검찰의 집단 반발에도 검수완박 입법을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이수진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검찰을 위한 검찰’이 ‘국민을 위한 검찰’로 환골탈태할 때까지 검찰개혁을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민 오주환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