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아프리카TV e스포츠 베팅, 게임물 아냐” 당국 유권 해석

입력 2022-04-08 14:29 수정 2022-04-08 14:31
아프리카TV가 지난달 시작한 e스포츠 승부예측 서비스가 ‘도박 게임물’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당국의 유권 해석이 나왔다. 단 현금이 투입되거나 베팅 가능한 게임 수가 늘면 도박 게임물로 볼 수도 있다며 여지를 뒀다.

이번 유권 해석은 추후 다른 승부예측 게임물의 서비스 방식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게임 업계의 주목도가 높다.

아프리카TV는 지난달 23일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스타크래프트 리그(ASL)’ 등의 e스포츠 대회를 대상으로 이용자가 승부를 예측하고 결과에 따라 ‘젬(포인트)’를 획득하는 승부예측 서비스를 시작했다.


구조는 일반 스포츠 승부예측과 동일하다. 경기 시작 전 대진과 배당률을 확인해 이용자가 보유한 젬을 베팅하고, 적중하면 배당률 만큼 젬을 획득하는 방식이다. 젬은 아프리카 e스포츠 사이트에서 VOD 시청, 댓글 작성 등의 활동을 통해 얻을 수 있다. 젬을 모아 게이밍 장비, 기프티콘 등 각종 경품 응모에 활용할 수 있다.

이 서비스를 시작하고 업계 안팎에선 “구조적으로 스포츠토토와 유사하다”는 문제 제기가 나왔다. 게임물로 보고 심의를 받아야 한다는 거다. 현행법상 사이버머니(게임머니)로 하는 승부예측 게임은 게임물로 분류돼 심사를 받아야 한다.

관리 당국은 해당 서비스를 게임물로 볼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게임물관리위원회로부터 받은 유권해석에 따르면 아프리카TV 승부예측 서비스는 직접 현금을 투입하지 않고, 서비스에 대한 이용자의 참여가 한시적이기 때문에 통상 게임물이 받는 당국 심사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


게임위는 “베팅 및 배당의 수단이 되는 ‘젬’은 이용자가 직접 현금을 투입하여 구입할 수 없고 1일 일정량의 획득만 가능하다”면서 젬을 경품에 응모하거나 일부 판촉물을 제공받는 용도로만 제한적으로 쓸 수 있고, 이용자 간 거래도 불가능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을 거라 해석했다.

또한 게임위는 승부예측이 가능한 e스포츠 경기가 하루 1경기에 불과하거나 아예 없고, 통상 이 서비스에 대한 이용시간이 수 초에서 수십 초에 불과하다면서 “대상 서비스의 이용 목적이 서비스 자체의 오락이나 여가선용이 아닌, e스포츠 경기에 내재한 오락적 요소를 더욱 즐기는 것에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추후 이용자가 현금을 투입해 젬을 구입하는 방법이 추가되거나 제공 경기의 숫자 또는 예측 대상 결과의 선택지가 늘어나는 등 이용자가 상시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정이 발생하여 이용자가 그 자체로부터 흥미나 성취감을 얻을 수 있게 된다면 게임물에 해당하게 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본보 보도(2020년 10월 5일자 17면 <불법 환전 판치는 스포츠 베팅 게임>)에서 드러났듯, 단순 승부예측 게임이라도 ‘검은 손’이 개입하면 불법 도박의 장으로 오용될 여지가 있다. 승부예측의 기본 형태가 갖춰진 곳에서 ‘픽 거래소’ 등으로 불법 환전을 하는 수법이다. 특히 e스포츠의 경우 관심 연령대가 낮기 때문에 이 같은 문제에 대해 보다 꼼꼼한 대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아프리카TV 승부예측 서비스는 게임 지식재산권(IP) 소유자인 라이엇 게임즈나 블리자드와 구체적인 논의 없이 론칭했다. 게임사들은 당장 이의를 제기하기보다 사행적인 측면이 우려되는 경우에 서비스 중단 또는 변경을 요청한다는 방침이다.

이상헌 의원은 “해당 서비스가 게임을 매개로 하고 있고 방식 또한 토토와 유사하다. 따라서 시행사는 이 서비스가 지나치게 사행심을 자극하지 않도록 면밀한 주의를 기울여주길 당부한다”고 밝혔다. 또한 “이벤트는 어디까지나 흥미를 돋우는 부가적인 요소에 머물러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이다니엘 기자 d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