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미국이 중국 견제 성격으로 구축 중인 경제협의체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참여 검토를 공식 시사했다. 정부 차원에서 IPEF에 관한 공식 언급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미 간 경제협력에는 긍정적 신호지만 대중 관계가 껄끄러워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르면 다음 달 출범이 예상되는 만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첫 통상 시험대가 될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홍 부총리 “IPEF 참여 긍정적”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최된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IPEF 참여에 긍정적 방향으로 향후 계획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IPEF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언급하면서 수면 위로 떠오른 경제협의체 구상이다. 관세 철폐가 지향점인 자유무역협정(FTA)과 달리 무역과 공급망·인프라·에너지·탈탄소 등 분야에서 전방위 협력 규범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미국을 포함해 11개국으로 출범한다는 밑그림을 그렸다. 미 국무부는 지난달 한국을 포함한 10개국에 IPEF 출범을 공식화하는 문건을 보내며 참여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도 정부 차원에서 이에 화답한 셈이다.
차기 정부에 대한 배려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미 행정부는 박진 국민의힘 의원을 단장으로 한 한미 정책협의대표단에 IPEF 참여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당선인 측에 직접적으로 의중을 전하면서 한미 관계를 보다 긴밀히 가져가겠다는 뜻을 전달한 것이다. 홍 부총리는 “다음 정부로 이어질 일은 빈틈없이 연결되도록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미 정부의 추진 속도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홍 부총리는 “논의가 구체화하고 논의 속도도 빨라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한국 외에 IPEF 참여국으로 거론되는 호주 정부 고위 관계자를 통해 구체적인 일정이 언급된 바 있다. 댄 테한 호주 통상장관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IPEF를 공식 출범하고 구조를 확정 짓기 위해 이달 중 통상장관회의가 개최될 수 있으며 4~5월 중 공동성명서와 같은 선언이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中 반발이 변수…외교 시험대 오를 듯
관건은 중국의 반응이다. IPEF는 미국의 우방국 간 긴밀한 연결을 통해 통상 면에서 중국을 전방위 압박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는 협의체다. 희토류처럼 중국이 강점을 갖고 있는 자원을 IPEF 내에서 조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이 대표적인 사례다. 한국이 참여를 시사한 만큼 한·중 관계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2016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설치가 불러 온 후폭풍이 이번에도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이날 홍 부총리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추진 의지도 재확인했다. 홍 부총리는 “이번 정부 내 가입 신청, 다음 정부 가입 협상이라는 큰 틀에서 최종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 임기가 끝나는 다음달 9일 이전에 가입하겠다는 것이다. CPTPP 가입은 농어민 단체의 반발이 극심한 사안인 만큼 윤 당선인이 어떻게 문제를 풀어낼 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