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장애인, 지하철 9호선 에스컬레이터서 추락사

입력 2022-04-07 21:48

전동휠체어를 탄 50대 장애인이 지하철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다 휠체어가 뒤집히면서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7일 강서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 50분쯤 9호선 서울 강서구 양천향교역에서 50대 후반 남성 A씨가 전동휠체어를 탄 채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다 뒤로 넘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A씨는 곧바로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사고 당시 CCTV를 확인한 경찰과 서울시메트로 9호선 관계자는 A씨가 에스컬레이터에서 20m 거리에 있는 장애인 등 교통약자가 이용할 수 있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않고, 에스컬레이터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해당 에스컬레이터는 리프트가 아닌 비장애인용 에스컬레이터였다. A씨는 승강장에서 내린 승객들이 모두 에스컬레이터를 탑승하는 걸 기다린 다음 에스컬레이터를 탑승했다. 이어 에스컬레이터에서 얼마 올라가지 못해 전동휠체어가 뒤집히며 A씨가 사고를 당한 것으로 보인다.

양천향교역 조감도. METRO9 홈페이지 캡처

사고 당시 엘레베이터는 정상 작동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메트로9호선 관계자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정비를 할 때를 제외하고는 엘리베이터는 정상적으로 작동되고 있었다”며 “A씨가 엘리베이터 대신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한 이유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울시메트로9호선 쪽은 그동안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한 장애인은 목격된 적이 없다고 전했다. 경찰은 정확한 사고 경위를 파악 중이다.

다만 에스컬레이터 입구에는 차단봉이 별도로 설치되지 않았다. 서울시메트로9호선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9호선 모든 역사의 에스컬레이터 앞에 휠체어 진입을 막는 차단봉을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차단봉 설치는 현재 법적 의무가 아닌 권장 사항이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측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상황 판단을 위해 현장으로 가고있다”며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전장연 측은 이번 사건이 이례적이라며 “전동휠체어를 타시는 분이 에스컬레이터를 탑승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통은 에스컬레이터 사이에 유모차나 휠체어가 통과할 수 없게 가운데 기둥이 있다. 그런데 해당 역사는 기둥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서울교통공사가 운영하는 1호선에서 8호선 전(全) 역사에는 에스컬레이터 앞에 차단봉이 설치되어 있다. 양천향교역은 민간사업자인 서울시메트로9호선이 운영 중으로 차단봉이 설치돼 있지 않았다.

경찰은 A씨가 해당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한 이유 등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다.

서민철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