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천구 한 약국은 재택치료자의 처방약 대면수령 가능 지침이 내려온 6일 밤 약국 입구에 등받이가 없는 검정색 간이 의자를 가져다 놨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약국 밖에서 대기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 것이다.
7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한 약국 앞에서도 확진자 3명이 차례를 기다리며 서 있었다. 복약 지도 시 확진자와 약사 간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뜻에서 카운터 앞 1m 거리 바닥에 빨간색 테이프를 붙여놓은 곳도 있었다.
매장 환기를 위해 아예 문을 활짝 열어둔 약국도 있었다. 양천구의 한 약국은 영업 중에 ‘하루 최소 3번, 1회당 10분 이상 환기’ 지침을 지킬 여유가 없어 당분간 하루종일 출입 문을 열어둘 예정이라고 했다. 여전히 아침 저녁으로 날이 쌀살해 지난 겨울에 쓰던 온풍기까지 다시 꺼냈다.
재택치료자들은 지난 5일까지만 해도 처방약을 대리인을 통해 받아야 했다. 동네 병의원 대면진료도 이뤄지는 상황에서 현실과 동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오자 전날 정부는 대면조제 허용 대책을 내놨다. 정부가 제시한 감염 예방 가이드라인에는 동선 분리 및 1일 3회 환기, 환자와 약사 거리 1m 유지 등의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진자 동선 분리 지침은 현실적으로 많은 약국에서 확진자를 점포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는 식으로 이뤄지는 모습이었다. 문밖에서 대기하던 환자들은 불만을 터뜨렸다. 용산구에 사는 정모(21)씨는 “밖에서 대기하다 보니 민망한 기분이 든다”며 “다른 행인에게 ‘난 코로나 환자’라고 광고하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일부 약국에서는 확진자와 일반 고객이 뒤섞이면서 항의하는 일도 벌어졌다. 일부 약국 손님들이 약사가 내부에서 확진자에게 복약지도를 하는 장면에 불만을 표출했기 때문이다. 이런 실랑이가 벌어진 관악구 한 약국의 약사는 “몸 상태가 좋지 않은 확진자를 밖에서 기다리라고 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안에서 대기하라고 안내했다”고 설명했다.
처방약 대면 수령 조치를 두고 ‘뒷북’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코로나19 유행이 정점을 지난 뒤에서야 나왔다는 얘기다. 강남구 한 약국 관계자는 “지난달 확진자들이 마구 출입할 때는 아무 말도 없더니 잠잠해지는 지금에서야 대책을 내놨다”고 했다. 종로구 한 약국 관계자는 “지난달부터 확진자가 직접 약을 지으러 왔다”며 “달라진 게 없는 데 괜히 지침만 많아져 번거롭다”고 말했다.
반면 “이전에도 확진자들이 찾아오는 경우가 많아 난감했는데 이제라도 공식적으로 대면 조제가 가능해져 마음이 편하다”는 약사 반응도 있었다.
박민지 성윤수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