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A 강요미수 사건’에 연루됐던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검사장)이 무혐의 처분을 받으면서 새 정부 출범 후 있을 검찰 인사에서 그가 어떤 자리로 가게될 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검찰 안팎에선 한 검사장이 법무·검찰 ‘빅4’로 불리는 서울중앙지검장·법무부 검찰국장 등에 중용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그러나 ‘윤석열 사단’의 대표격으로 꼽히는 한 검사장의 행선지를 놓고 코드 인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검찰 인사 정상화라는 명분이 있더라도 그를 곧바로 요직에 발탁한다면 ‘내 사람 챙기기’라는 비판적 프레임에 갇힐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법조계 인사는 7일 “한 검사장을 서울중앙지검장 같은 데 앉힌다면 야당과의 협치는 사실상 물 건너나지 않겠나”고 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전날 채널A 강요미수 사건 공모 의혹으로 입건된 한 검사장을 무혐의 처분했다. 2020년 4월 민주언론시민연합 고발로 수사가 시작된 지 2년 만이었다. 검찰 내 ‘특수통’으로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 등 수사 관련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친 한 검사장은 채널A 사건에 휘말리며 좌천을 거듭했다. 전국 검사들의 수사를 총괄하던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에서 수사권이 없는 부산고검 차장검사로 전보됐고, 그 후에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과 사법연수원 부원장 등 한직을 전전했다.
2년 만에 피의자 신분에서 벗어난 한 검사장은 서울중앙지검장 등 요직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게 거론된다. 전국 최대 규모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은 정·재계 대표 수사가 몰리는 곳이다. 검찰 내 인사·예산 등을 총괄하는 법무부 검찰국장, 성남FC 수사무마 의혹 등 주요 사건이 몰린 수원지검장 자리도 행선지로 꼽힌다. 한 검찰 간부는 “(한 검사장은) 어떤 자리든 다 갈 수 있다고 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새 정부 출범과 맞물려 통상 7~8월에 있던 검찰 고위간부 인사가 한두 달 앞당겨질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새 정부 검찰 인사의 핵심은 ‘한 검사장이 어디로 가나’인 상황”이라며 “영전 가능성에 대해 의심하는 이들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윤 당선인이 한 검사장을 당장 중용하는 것에 대해선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윤 당선인의 검찰 시절 최측근인 한 검사장이 중용되는 것을 바라보는 시선이 우호적이지만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는 “‘결국 줄을 잘 서야 한다’는 검찰 내 반발 기류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첫 검찰 고위직 인사인 만큼 균형감 있는 판단이 중요하다는 것을 당선인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 검사장이 현 정권 인사들을 수사할 경우 해당 수사가 ‘보복’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한 검사장은 자신의 무혐의 결정 직후 입장문을 내 “여권 인사들의 허위 사실 유포와 전직 법무부 장관들의 수사지휘권 남발, 어용 고발 등에 대해 진실을 밝히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여권 주요 인사들의 엄벌 필요성을 강조한 한 검사장이 핵심 수사청의 장이 된다면 수사의 공정성과 중립성이 의심받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이날 출근길에서 한 검사장 무혐의 처분과 관련해 “냉정한 현실의 결과물”이라며 “(한 검사장이) 검찰 요직을 맡을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는데, 아쉽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양민철 임주언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