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법흥사 터 연화문 초석에 앉은 일로 불교계의 반발이 커지자 청와대가 7일 “문 대통령의 부처님에 대한 ‘공경’과 불교에 대한 ‘존중’은 한결같다”며 수습에 나섰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브리핑에 없는 대통령 이야기’에서 “대통령 내외께서 법흥사 절터의 초석에 앉으신 것이 적절치 않다는 언론기사를 보고받은 문재인 대통령은 참 난감하신 것 같았다”며 이같이 전했다.
박 수석은 문 대통령이 “저는 천주교인이지만, 천주교의 교리와 불교의 진리는 결국 하나로 만난다는 생각을 늘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이 ‘관저 부처님’에 대해 20분간 설명했다고 강조했다.
박 수석은 “문 대통령과 청와대 관저 뒷산 부처님의 인연에 관한 이야기를 언젠가는 꼭 공개하고 싶었다. 이 소중한 이야기의 의미가 반감될 수밖에 없는 시점에 말씀드리는 것이 아쉽기는 하다”며 문 대통령의 일화를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2017년 참모 회의에서 “청와대 관저 뒤편에 부처님 한 분이 계신다. 저는 이 부처님께서 꼭 경주 남산에 계시다가 어떤 연유로인지 지금의 이 자리에 오셨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일제강점기에 한 유지가 경주 남산에서 부처님을 모셔왔는데 해방 후 총독이 이 불상을 일본으로 모셔 가려 했으나 우리 국민의 눈이 무서워 그대로 두고 갔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당시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 있는 불상이 경주에서 온 그 불상이 맞는지 조사해볼 것을 지시하며 불교계의 의견을 들을 것을 강조했다.
조사 결과 이 불상은 일제강점기 데라우치 마사타케(寺內正毅) 조선 총독이 일본으로 가져가려다 실패한 ‘경주 방형대좌 석조여래좌상’으로 나타났다. 박 수석은 “대통령의 안목에 감탄하면서도 한편으론 부처님과 대통령의 인연이 꽃피운 연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했다. 이어 박 수석은 문 대통령 내외가 지난 5일 법흥사 터를 지나면서 불상 앞에서 공손히 합장하고 예를 올렸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 내외는 지난 5일 산행에서 법흥사 터에 도착해 연화문 초석에 앉아 김현모 문화재청장과 대화를 나눴다. 이 사진이 공개되자 불교계에서는 “대통령의 불교 문화유산 인식 수준이 참담하다” “문 대통령 부부가 몰랐다 해도 문화재청장이 그걸 보고 가만히 있었다는 건 이해할 수 없다”는 등의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문화재청은 “절터 초석은 지정문화재가 아니다”라며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박성영 기자 ps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