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포르투갈, 제자 호날두가 적으로… 벤투 생각은?

입력 2022-04-07 17:21
파울루 벤투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7일 경기도 파주 축구대표팀 트레이닝센터(NFC)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22 카타르월드컵 본선 조 추첨 결과를 평가하고 있다. 연합뉴스

파울루 벤투(53·포르투갈)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2022 카타르월드컵 본선 조별리그에서 상대할 조국 포르투갈에 대해 “같은 조로 편성되지 않길 원했다. 한국 팬들도 내 마음을 이해할 것”이라면서도 “나부터 프로로서 포르투갈전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벤투 감독은 7일 경기도 파주 축구대표팀 트레이닝센터(NFC)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조 추첨 결과를 평가하고 각국을 상대하는 각오를 말했다. 한국은 지난 2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월드컵 조 추첨식에서 포르투갈, 우루과이, 가나와 함께 H조로 들어갔다.

그중 포르투갈은 2002 한일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 승리로 사상 첫 16강 진출을 확정했던 기억을 남긴 팀이다. 벤투 감독은 당시 포르투갈 대표팀 선수로 출전했다. 한국의 1대 0 승리로 끝난 이 경기에서 포르투갈은 탈락했다. 20년 만의 재회에서 월드컵 16강 진출권을 놓고 다시 경쟁하게 됐다.

벤투 감독은 월드컵에서 조국 대표팀을 적으로 만난 상황에 대해 “나에게 정신적으로 특별한 경험”이라며 “현역 시절 옛 소속팀을 상대할 때와 또 다른 기분이다. 다른 강팀과 대결을 준비해온 것처럼 포르투갈전을 준비하겠다. 내 스스로부터 프로로서 포르투갈전에 접근하도록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포르투갈을 이기면 조국에서 비난이 날아들 수 있지만 벤투 감독은 “경기를 시작하면 다른 경기와 마찬가지로 임할 것이다. 늘 그랬던 것처럼 최선의 전략을 선택해 싸우겠다”고 약속했다.

벤투 감독은 “월드컵 본선에서 언제나 그런 것처럼 어려운 조에 편성됐다. 월드컵에서 쉬운 조에 편성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16강 진출 가능성은 두 팀에 있다. 최선을 다해서 싸우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벤투 감독이 말한 두 팀이란 결국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나 객관적인 전력 평가에서 우세한 포르투갈, 우루과이다.

벤투 감독은 “우리 수준에서 축구를 잘하는 것만으로는 16강 진출에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강팀인 두 팀(포르투갈·우루과이)이 16강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그냥 축구를 잘하는 것을 넘어 매우 잘 싸워야 한다”고 H조 판세를 객관적으로 판단하면서도 “수비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다. 상대는 더 많이 공격할 것이다. 우리 방식을 유지하면서 이런 부분에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한국과 포르투갈의 월드컵 리턴매치는 또 하나의 이야깃거리를 선사한다. 2019년 이탈리아 유벤투스의 내한 경기 당시 소속 선수로 서울월드컵경기장까지 왔지만 결국 출전하지 않아 ‘노쇼 논란’을 빚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7·맨체스터 유나티이디드)는 포르투갈 대표팀 에이스다. 벤투 감독은 과거 포르투갈 대표팀을 지휘할 때 호날두를 지도한 적이 있다.

벤투 감독은 “호날두는 세계 최고의 선수다. 내가 지도한 최고의 선수이기도 하다. 하지만 빅클럽에서 뛰는 뛰어난 선수가 포르투갈 대표팀에서 호날두 하나만 있는 게 아니다”라며 “여러 포지션에 뛰어난 선수가 많다. 호날두는 최고다. 다만 우리가 대비해야 할 선수가 호날두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