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가뒷담]“원해서 간 것도 아닌데”…민주당 간 전문위원들 ‘실직’ 위기, 정부는 “나몰라라”

입력 2022-04-09 06:00 수정 2022-04-09 06:00

새 정부 출범을 한 달 앞두고 여당에 파견된 공무원 출신 전문위원들이 실직 위기에 처했다. 이들 대부분은 본인이 원해서 갔다기보다는 해당 부처 ‘조직 논리’에 순응해서 간 것인데 여당이 정권 재창출에 실패하면서 본의 아니게 ‘유탄’을 맞은 셈이다.

9일 국회 등에 따르면 현재까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소속된 공무원 출신 전문위원은 10여명 안팎이다. 통상 국장급인 전문위원들은 여당에만 파견돼 당정 간 정책 조율 업무를 한다. 사실상 부처 파견직이지만, 해당 부처에 공무원 사표를 낸 뒤 입당 절차를 거쳐 새롭게 취업하는 형식을 띤다. 당비도 내야 하고 월급도 당에서는 받는 당직자 신분으로 바뀌는 것이다. 전문위원이 되면 정년 보장이라는 공무원의 최대 특권이 사라지게 되고, 급여도 공무원 때보다 절반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도 정권 초나 정권 재창출 시기 ‘때’를 잘 타면 여당의 ‘빽’을 등에 업고 ‘금의환향’ 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현 기획재정부 안도걸 2차관은 더불어민주당 전문위원 출신이다.

진승호 한국투자공사(KIC) 사장도 비슷한 경우다. 기재부 대외경제국장 출신인 진 사장은 2019년 정책위원회 기재수석전문위원으로 근무한 뒤 지난해 제8대 KIC 사장으로 임명됐다.

같은해 이상율 조세심판원장은 기재부 소득법인정책관으로 근무하던 중 민주당 기획재정위원회 수석전문위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1급 자리인 조세심판원장으로 관가로 돌아왔다.

하지만 지금 여당에 몸담은 전문위원들은 곤혹스러운 처지가 됐다. 정권이 교체되면서 여당 전문위원은 국민의 힘 소속이 되어야 하는데 민주당 당직자 낙인이 찍힌 현 전문위원들을 데려갈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각 부처에서는 다음 달 10일 새 정부 출발에 맞춰 국민의힘에 전문위원을 파견할 전망이다. 그렇다고 이미 국장 정원이 꽉 찬 해당부처에서 이들에게 다시 자리를 내주기도 어렵다.

현 여당 전문위원들은 기재부 세제실에서 조세정책과장 등을 역임한 김종욱 국장(행시 38회), 산업통상자원부 정책기획관과 무역안보정책관을 지낸 최규종 국장(37회), 국토교통부 토지정책관으로 근무한 권대철 국장(35회) 등이다. 일부 전문위원 가족들은 남편과 아버지가 실직자가 된다는 것을 최근에야 알고 “왜 공무원이 정년보장이 안되느냐”고 이해하지 못한다고 한다.

세종=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