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과학원 “바람 불면 산불 확산 속도 최대 78배”

입력 2022-04-07 16:07
경사도 풍속에 따른 산불 실험. 국립산림과학원 제공

바람이 불면 산불 확산 속도가 최대 78배 빨라지고 바람을 탄 불씨는 최대 2㎞까지 날아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은 자체 개발한 ‘수평풍동실험장비’로 산불 확산 관련 실험을 진행한 결과 이 같은 결과를 도출했다고 7일 밝혔다.

실험 결과 무풍·무경사 조건에서 발화된 불은 분당 약 0.19m의 느린 속도로 이동했지만, 풍속이 초속 6m이고 경사가 30도일 경우 1분에 최대 15m까지 확산됐다.

2000년 동해안·2005년 양양·2019년 고성산불 등 대형산불은 봄철 건조한 날씨, 강한 편서풍의 영향으로 산불이 빨리 확산됐다.

특히 마른 낙엽과 바람때문에 산불확산이 빨라지면 불이 나무의 잎·가지 부분으로 옮겨붙게 되는 ‘수관화’로 변한다. 산림 상단부가 타기 때문에 바람의 영향을 더욱 크게 받고 불똥이 날아가 새로운 산불을 만드는 ‘비화’ 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

실제로 초속 0~10m의 작은 불씨로도 시설물에 쉽게 불이 붙었다고 산림과학원은 설명했다. 지난달 울진·삼척산불도 초속 25m의 바람탓에 불똥이 약 2㎞까지 날아가며 시설물 643채가 불에 탄 것으로 조사됐다.

서경원 국립산림과학원 산불·산사태연구과 박사는 “사소한 불씨로도 대형산불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산림 인접지역에서 논·밭을 태우거나 쓰레기를 태우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며 “한 순간의 실수로 인명피해는 물론 오랜 시간 가꾼 산림이 잿더미로 변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전=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