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녀신이 화났다” 억대 사기친 무속인 실형 확정

입력 2022-04-07 15:59

불행을 피하려면 누름굿, 부정풀이 등을 해야 한다며 피해자들을 현혹시켜 1억원이 넘는 돈을 뜯어낸 무속인에게 실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년 4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7일 밝혔다.

점집을 운영하는 A씨는 2016년 8월부터 손님으로 알고 지내게 된 B씨와 그 남자친구 C씨에게 무속행위를 하지 않으면 불행한 일이 일어날 것처럼 겁을 줘 돈을 받아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이혼, 출산문제 등으로 걱정이 많았던 피해자들의 심리상태를 이용해 돈을 뜯어내는 식이었다.

실제로 피해자들이 A씨에게 돈을 지급한 명목 중 상당 부분은 통념에서 벗어난 영역이었다. 그는 “옷차림이 똑바르지 않아 신이 화가 났으니 부정풀이 비용이 필요하다”거나 “선녀신이 너희에게 밥 사주고 재워준 값을 받으라고 하신다”며 B씨와 C씨에게 돈을 요구했다. C씨가 신을 모셔야 하는 사주라 누름굿이 필요하다며 수백만원을 받아 챙기기도 했다. 그러나 피해자들은 A씨가 실제 굿하는 모습을 본 적은 없었다.

불운이 닥칠 것이라는 말을 지속적으로 들은 피해자들은 A씨에게 수시로 ‘죄송하다’ ‘감사하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출퇴근 등 일상생활까지 보고하고, A씨가 요구한 돈을 구하기 위해 지인들에게 급하게 돈을 구하기도 했다. A씨는 노래방에서 기분이 나쁘다며 C씨의 뺨을 때리고 마이크로 폭행하기도 했다.

1심은 대부분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1심 재판부는 “A씨는 상당한 기간 동안 무속행위 및 친분을 빌미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며 징역 1년 4개월을 선고했다. 2심의 판단도 같았다. 대법원 역시 원심 판결에 법리 오해 등 문제가 없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