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흥사터 초석 깔고 앉은 文대통령 부부… 불교계 “참담”

입력 2022-04-07 06:29 수정 2022-04-07 10:45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일 오후 북악산 남측 탐방로에 위치한 법흥사터(추정)에서 김현모 문화재청장으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청와대는 오는 6일 북악산 북측면의 1단계 개방이 이뤄진 지 1년 6개월 만에 남측면을 개방해 북악산 전 지역이 시민들에게 전면 개방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영부인 김정숙 여사가 청와대 뒤편 북악산 남측 탐방로의 개방을 기념한 산행에서 법흥사터(추정)의 연화문 초석을 깔고 앉은 사진이 공개되자 불교계에서 “불교 문화유산 인식 수준이 참담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현장에 동행한 문화재청장이 제지하지 않은 점에 대한 지적도 제기됐다.

불교계 언론인 법보신문은 6일 “대웅전 초석 깔고 앉은 문 대통령 부부…‘청와대 문화유산 인식 수준 참담’”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더구나 해당 사진은 청와대가 직접 배포한 것으로 알려져 청와대의 불교 문화유산 인식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고 문 대통령에 대한 비판에 나섰다.

앞서 문 대통령 부부는 지난 5일 산행에서 신라 때 창건된 사찰인 법흥사 자리로 추정되는 절터에 도착해 김현모 문화재청장과 법흥사에 관한 얘기를 나눴다. 이때 문 대통령 내외가 연화문 초석 위에 걸터앉은 모습이 사진으로 공개되자 불교계의 반발이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일 오후 북악산 남측 탐방로에 위치한 법흥사터(추정)에서 김현모 문화재청장으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청와대는 오는 6일 북악산 북측면의 1단계 개방이 이뤄진 지 1년 6개월 만에 남측면을 개방해 북악산 전 지역이 시민들에게 전면 개방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당시 “과거 오랜 터가 남아 있는 것을 광복 후 다시 세워보려고 준비하다가 김신조 사건으로 개방됐던 곳이 다 폐쇄됐고, 그 부자재가 남은 거죠”라고 말했다. 이에 김 청장은 “구전으로는 이게 신라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기 때문에 저희가 전문발굴 조사를 하면 그런 증거들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답했다.

불교중앙박물관장 탄탄 스님은 법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사진을 보고 참담했다”며 “성보를 대하는 마음이 어떤지 이 사진이 보여주는 것 같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일 오후 북악산 남측 탐방로에 위치한 법흥사터(추정)에서 김현모 문화재청장으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청와대는 오는 6일 북악산 북측면의 1단계 개방이 이뤄진 지 1년 6개월 만에 남측면을 개방해 북악산 전 지역이 시민들에게 전면 개방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탄탄 스님은 “대통령이 전통문화를 이렇게 가벼이 대하는 것이 일반인에게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은 왜 생각하지 못하느냐”며 “대통령 부부도 독실한 신앙인으로 아는데 자신이 믿는 종교의 성물이라도 이렇게 대했을까 싶다”고 성토했다.

조계종 총무원 문화부장 성공 스님도 “만약 문 대통령 부부가 몰랐다고 하더라도 문화재청장이 그것을 보면서 가만히 있었다는 건 이해할 수 없는 행태”라고 비판에 동참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