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이동식 화장시설’까지… 쌓이는 학살 증거에 은폐 나서나

입력 2022-04-07 04:57 수정 2022-04-07 13:09
5일(현지시간) 키프로스 수도 니코시아의 엘레프테리아 광장에서 시민들이 러시아군에 학살된 우크라이나 부차(BUCHA) 주민들을 애도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러시아군이 이달 초 퇴각할 때까지 한 달가량 장악했던 부차에서 민간인 학살을 자행한 것으로 알려져 국제사회가 큰 충격을 받고 있다. 니코시아 AFP=연합뉴스

러시아군이 민간인을 살해하고 그 증거를 은폐하기 위해 이동식 화장시설로 시신을 화장하고 있다고 우크라이나 남부 마리우폴 시의회가 6일(현지시간) 밝혔다.

러시아가 민간인 집단학살 의혹을 전면 부인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인근 부차 지역에서는 학살 정황이 뚜렷한 시신이 계속해서 발견되고 있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마리우폴 시의회는 텔레그램에 올린 성명에서 “부차에서 대량학살이 문제가 된 이후 러시아 지도부는 마리우폴의 러시아군이 자행한 범죄의 증거를 모두 없앨 것을 지시했다”며 “그들은 러시아군의 침공으로 숨지거나 살해된 마리우폴 주민들의 시신을 모아 불태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에서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의 무차별 폭격에 콘크리트 더미로 변한 아파트 앞을 한 주민이 새장을 들고 걸어가고 있다. 마리우폴 로이터=연합뉴스

시의회는 “그 밖에도 점령군의 잔혹 행위를 증언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수용소에서 선별해 말살하고 있다”고 밝혔다.

바딤 보이첸코 마리우폴 시장은 “세계는 나치 강제수용소 이후 최악의 비극을 목도하고 있다”면서 “인종주의자들(러시아)은 우리의 도시 전체를 죽음의 수용소로 만들었다”고 비난했다.

부차 지역에서는 학살 정황을 뚜렷이 보여주는 참혹한 모습의 시신들이 연이어 발견되고 있다. AP통신은 지난 5일 부차에서 검게 그을린 시신 6구가 추가로 발견됐다며 현장 사진과 함께 보도했다.

취재진은 이날 부차 주택가에서 멀리 떨어진 운동장 주변에서 시체 더미를 목격했다. 이들 시신은 애원하는 듯 팔을 위로 올린 모습이었고 얼굴은 일그러져 있었다.

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 외곽 소도시 부차의 한 공동묘지에 매장을 앞둔 수십 구의 민간인 희생자 시신이 놓여 있다. 러시아군이 이달 초 퇴각할 때까지 한 달가량 장악했던 이 마을에서 민간인을 대량 학살했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부차 AP=연합뉴스

인근 주택 지하실 입구에서는 한 청년의 시신이 나왔다. 총에 맞아 숨진 것으로 보이는 이 청년의 시신은 피투성이에 뒤틀린 모습이었다.

AP통신은 거리에 최소 4구의 시신이 널브러져 있었고, 1구는 총에 맞은 듯 안구가 없었다고 전했다. 이들이 누구인지, 어떤 상황에서 죽음을 맞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앞서 우크라이나 당국은 키이우 인근 마을에서 최근 며칠간 민간인 최소 410구의 시신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