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침공에 폐허가 된 우크라이나 제2의 도시 하르키우에서 의료봉사자 커플이 올린 결혼식 사진이 전 세계에 감동을 주고 있다.
4일(현지시간) 데일리메일과 AFP통신 등은 아직 러시아에 점령당해 있는 하르키우에서 결혼식을 올린 안톤 소콜로프와 나스티야 그라체바의 사연을 소개했다.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신랑 안톤 소콜로프는 치과의사, 신부 나스티야 그라체바는 종양학 클리닉 간호사로 전쟁이 발발하자 하르키우에서 의료봉사자로 무료 진료를 제공해왔다. 두 사람은 치료가 필요한 시민들을 위해 돈을 모아 의료품을 구입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의 결혼식은 지난 3일 대피용 방공호로 사용되는 지하철 역사에서 열렸다. 이 결혼식은 하르키우시의 공식 승인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군의 폭격이 언제 시작될지 모르는 위기 속에서도 이들 결혼식에 많은 시민들이 축하를 보냈다. 이들은 결혼식을 마친 뒤 하르키우 거리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폐허가 된 쇼핑몰과 건물 잔해들이 뒤섞인 거리가 이들의 결혼사진의 배경이 됐다.
마리아 아브디바 유럽 전문가 협회 연구 이사는 자신의 트위터에 이들의 결혼 기념사진을 올리며 “이들의 결혼이 전세계에 하르키우는 살아있고, 저항하고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이들은 당분간은 신혼여행을 떠날 계획이 없지만, 언젠가는 해변과 야자수가 있는 곳으로 떠나고 싶어 한다”면서 “그 전에 승리해야 할 전쟁과 그들이 겪어야 할 잔인한 날들도 남아있다. 하지만 전쟁의 추악함 속에서도 희망과 아름다움, 사랑이 피어났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은 최근 키이우 등 일부 지역에선 철수했지만 하르키우를 비롯한 북동부 지역에선 여전히 잦은 폭격으로 전쟁을 이어가고 있다.
김민영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