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의 민간인 대량 학살 등 전쟁 범죄 실상을 알리며 “러시아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퇴출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요구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러시아의 민간인 대량 학살 사건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안보리 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했다. 그는 부차, 이르핀, 디메르카, 마리우폴 등에서 어린이를 포함한 민간인 희생자 시신 등 학살 현장이 담긴 90초 분량의 동영상을 공개하며 연설을 진행했다. 끔찍한 현장의 모습에 회의장은 곧 숙연해졌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민간인들은 수류탄 폭발로 자신의 집에서 살해당했고, 러시아군은 단지 재미로 자동차 안에 있던 민간인들을 탱크로 깔아뭉갰다”며 “(러시아군은) 민간인들의 팔다리를 자르고 목을 베었다”고 처참한 학살 현장을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IS에 빗대며 러시아의 민간인 학살 행위를 강력히 규탄했다. 그는 “자녀들의 눈앞에서 여성들은 성폭행당한 뒤 살해됐다”며 “이러한 짓은 IS 같은 테러리스트들과 전혀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우크라이나에서 발생한 가장 끔찍한 전쟁 범죄”라며 “러시아는 고의로 아무나 죽이고 온 가족을 몰살했으며, 시신을 불태우려 했다”고 비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가 상임이사국 지위를 남용하는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 러시아는 그동안 상임이사국의 지위로 거부권을 행사해 자국에 대한 결의안을 부결시켰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리는 안보리 거부권을 죽음의 권리로 바꾸는 나라와 상대하고 있다”며 “그들이 안보리 결정을 막을 수 없도록 상임이사국에서 퇴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안보리 해체를 언급하며 보다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안보리가 보장해야 할 안보는 어디에 있냐”며 “다른 대안이 없다면 다음 선택지는 (안보리를) 해체하는 것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유엔의 문을 닫을 준비가 됐는가? 국제법의 시대는 끝났는가”라며 물은 뒤 “그렇지 않다면 당장 행동해야 한다. 책임 추궁이 불가피하다”고 안보리의 결단을 압박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부차에서 살해된 민간인들의 무시무시한 사진들을 잊을 수 없다”며 “실질적인 책임 추궁을 보장할 수 있는 독립 조사를 즉각 요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바실리 네벤쟈 주유엔 러시아 대사는 “러시아군이 철수한 직후엔 아무 시신도 없었다”며 민간인 학살은 우크라이나의 자작극이라 주장했다. 장쥔 주유엔 중국대사도 “성급하게 비난하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며 “사건 전후 상황과 원인에 대해 검증부터 해야 한다”고 러시아를 두둔했다.
이찬규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