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독교음악 생태계 정립할 연대체 태동했다

입력 2022-04-06 19:28 수정 2022-04-06 19:49
가칭 한국기독교음악협회(KCCM) 발족을 준비 중인 찬양사역자연합회장 가수 송정미(왼쪽 세 번째)가 6일 서울 마포구 서강로 히부르스에서 열린 ‘KCCM 발대식 준비를 위한 의견수렴 모임’에서 기관 설립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KCCM 준비위원 백종범 수상한거리 목사, 준비위원장 심도성 대표, 김효식 헤리티지매스콰이어 대표. 사진=신석현

한국컨티넨탈싱어즈, 송정미, 예수전도단, 어노인팅미니스트리, 마커스워십 같은 전통 사역자부터 위러브, 제이어스처럼 최근 주목받는 사역자들까지 한국 기독교 음악계엔 지속해서 찬양 사역자들이 배출되지만, 사회의 ‘열정페이’ 논란 못지않게 관련 업계와 생태계는 여전히 열악하고, 주어진 과제가 많다.

이런 현실을 극복하고자 가수와 프로듀서, 작곡가 등 음반 제작자부터 기독 대학 교회음악 관련학과 교수, 공연기획자, 저작권 전문가 등 기독교 음악 산업에 종사하는 이들을 아우르는 연합체가 태동했다. 가칭 한국기독교음악협회(KCCM)다.

KCCM을 조만간 공식 발족하고자 준비 중인 찬양사역자연합회장 가수 송정미와 KCCM 준비위원장 심도성 대표, 준비위원 백종범 수상한거리 목사와 김효식 헤리티지매스콰이어 대표가 6일 서울 마포구 서강로 히부르스에서 기자들과 ‘KCCM 발대식 준비를 위한 의견수렴 모임’을 가졌다. 주제는 ‘한국교회 음악의 현재와 미래’였다.

KCCM이 추구하는 바는 현 업계 종사자뿐 아니라 다음세대를 위한 지속 가능한 기독교 음악 생태계와 토양을 만들어 나가는 일이다.

송정미를 필두로 한 KCCM 준비위원회는 지난해부터 여섯 차례에 걸쳐 전국의 관련 업계 종사자들과 의견수렴 회의를 가지며,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송정미는 “오히려 코로나19로 인해 업계 사람들과 이야기하며 그들의 고충에 공감하고, 현실 진단에서 나아가 미래를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며 “1988년 시작된 찬양사역자연합회의 외연을 확장해 기독교 문화를 만드는 각계 다양한 이들과 더 큰 연대를 이룰 필요가 있다고 보고 KCCM 발족을 추진하게 됐다”고 밝혔다.

KCCM이라는 한국 기독교 음악과 관련된 신뢰 받는 연합체를 구성해 업계 종사자들을 보호하고 그들을 위한 ‘허브’(중심축) 역할을 할 단체를 만들겠단 취지다.

이날 모임에서는 한국 기독교 음악계가 처한 현실을 우려하는 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송정미는 “일반 대중 음악계는 한류 등으로 부흥이 일었지만, 기독교 음악계는 집회용 찬양에만 치우치는 등 교회·예배 음악의 다양성이 점점 줄어드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심 대표도 “코로나19를 지나며 교회에조차 모이지 못하는 현실에서 찬양 사역자가 설 자리는 더 없어졌다”며 “음원 발매 산업도 축소된 상황에서 CCM에 대한 이해가 옅어진 청년 음악가들은 일반 기획사로 눈길을 돌리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찬양 사역자에 대한 한국교회의 처우 역시 열악하다. 정당한 대가 지급 없이 헌신만을 강요하는 이른바 ‘헌신 페이’다. 김 대표는 “대형교회라 부르는 어느 한 교회의 경우 사역과 헌신이란 이유로 수십 년째 터무니없이 낮게 책정된 출연료를 제시하고 있다”며 “많은 찬양 사역자들이 대가보다는 봉사와 헌신하는 마음으로, 기쁨으로 사역에 임한다고는 하지만 현장에선 이들의 과도한 헌신을 요구하는 불합리한 부분이 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KCCM 발대식 준비를 위한 의견수렴 모임' 모습. 사진=신석현

이런 현실을 극복하고자 찬양 사역자와 업계 종사자들의 저작권 문제, 출연료 등과 같은 처우 개선에 나설 뿐 아니라, 오디션, 시상식 등도 열어 다음세대 기독 음악인들이 시행착오를 겪으며 성장할 수 있는 무대와 기회를 제공해주려 한다. 나아가 기독교 음악과 관련된 포럼과 세미나 등도 개최해 선·후배 간 기독교 세계관 전수, 업계의 협력과 연대도 도모하려 한다.

송정미는 “그저 ‘우리 밑으로 다 모여라’란 식의 모임을 위한 모임은 지양한다”며 “기독교 음악계에서 소신 있게 사역하려는 이들을 서로 연계해주고, 함께 연대해 그들이 예술가로서 그리고 음악 사역자, 선교사로서 존중받을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고 말했다.

KCCM 준비위원회는 추가 의견 수렴과 운영·실행 위원 선임 등의 과정을 거쳐 조만간 연합체를 발족할 계획이다.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