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산업은행(산은)이 지난해 4대 시중은행보다 영업점을 더 큰 폭으로 줄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취임 초기 소매 금융 강화를 강조했으나 정작 개인 고객과의 핵심 접점인 영업점 유지는 뒷전에 둔 것이다. 산은이 개인·비수도권 고객의 금융 소외 현상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민일보가 5일 각 은행의 경영 공시 등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말 기준 산은의 국내 영업점 수는 61곳이다. 2020년 말 69곳 대비 11.6% 감소한 수치다. 4대 시중은행 영업점 감소 비율(하나은행 5.8%, KB국민은행 6%, 우리은행 6.5%, 신한은행 8.8%)보다 높다. 산은은 특히 서울·경기도·인천을 제외한 비수도권 영업점을 31곳에서 27곳으로 12.9% 줄였다.
산은의 이 같은 행보는 정책 금융을 더 많이 지원하고 조달 금리를 낮추려면 민간 잉여 자금을 끌어와야 한다던 이 회장 발언과 180도 다른 방향이다. 산은은 기준금리가 1%대이던 2019년까지만 해도 연 5%대 적금 상품을 내놔 화제를 끌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산은은 이 회장 취임 초반 국정감사 등에서 ‘정책 금융보다 소매 금융을 공급하는 데 치중한다’는 비판을 받고도 개인 고객을 중시해 의아했다”면서 “소매 금융을 축소하는 쪽으로 뒤늦게 선회한 것 같다”고 말했다.
산은이 민간 은행인 시중은행보다 빠른 속도로 영업점을 줄여나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재영 가톨릭대 경영학과 교수는 “영업점 감축은 고령층·비수도권 고객의 금융 소외뿐만 아니라 신규 채용 감소도 유발한다”면서 “소매 금융을 아예 포기할 것이 아니라면 영업점 감축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