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 백신, 두 달 지나면 오미크론 예방 미미”

입력 2022-04-06 18:34
지난달 31일 서울 강서구 미즈메디 병원에서 의료진이 백신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초기 바이러스에 맞춰 개발된 백신만으로 오미크론 변이 유행을 충분히 억제할 수 없다는 근거가 잇따르고 있다. 이스라엘에선 고령층 4차 접종 이후 획득하는 감염 예방효과가 두 달 만에 사라지다시피 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다만 중증화·사망을 줄이는 효과는 건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5일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JM)에 따르면 이스라엘 바이츠만 연구소와 보건부 등으로 구성된 연구진은 지난 1월 3일까지 코로나19에 한 차례도 감염된 적 없는 60세 이상 고령층 125만명을 대상으로 화이자 백신 4차 접종의 효과를 분석했다. 관찰은 오미크론이 우세종 바이러스로 자리 잡은 지난 1월부터 지난달까지 이뤄졌다.

연구진에 따르면 4차 접종군의 코로나19 감염 비율은 접종 후 4주차에 3차 접종군보다 2배가량 낮았다. 이 격차는 시간이 갈수록 급격히 줄어들어 8주차엔 1.1배로 나타났다. 4차 접종 후 두 달이 지나면 유의미한 감염 예방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반면 중증화를 예방하는 효과는 꾸준히 유지됐다. 4차 접종군에서의 중증 코로나19 빈도는 접종으로부터 4주가 지난 시점에서 3차 접종군보다 3.5배가량 낮았으며, 6주가 지나도 효과 감소는 관측되지 않았다.

오미크론 변이의 면역 회피 능력은 앞서 지난달 말 같은 학술지에 실린 미국 연구진의 논문을 통해서도 드러났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등이 참여한 연구진은 오미크론 우세기에 12~18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화이자 백신 접종의 입원 예방 효과가 40%였다고 밝혔다. 이 연구에서도 생명유지장치를 요하는 수준의 최중증이나 사망을 방지하는 효과는 80%가량으로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향후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어느 부위에서 변이가 일어날지 예측할 수 없고 맞춤형 백신의 효과도 검증돼야 한다며 현재로선 기존 백신이 최선의 방어 수단이라고 말한다. 김탁 순천향대 부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기존 백신이 없었다면 지금 같은 크기의 (오미크론) 유행을 이 정도로 감당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