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7만원, 너무 비싸”… 자가검사키트 시민들 분통

입력 2022-04-06 18:20
1개당 6000원으로 지정된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 판매 가격 제한이 5일부터 해제됐다. 약국·편의점은 원하는 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다. 사진은 이날 서울의 한 약국에 붙은 코로나19 관련 제품 안내문. 연합뉴스

서울 구로구에 사는 이모(39)씨 가족들은 이틀에 한 번씩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를 사용한다. 영업사원인 이씨가 만난 거래처 관계자들의 확진 소식이 부쩍 늘기 시작한 두 달 전부턴 4인 가족이 일주일에 3개씩 모두 12개를 구입하고 있다. 매주 7만원 이상을 검사키트 구매에 쓰고 있다는 얘기다.

이씨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 5일부로 키트 가격을 6000원으로 제한한 조치를 해제한다는 소식을 듣고 인근 약국에 가격을 문의했지만 “값은 그대로 6000원”이라는 대답을 들었다. 이씨는 6일 “제한이 풀려도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는 없다”며 “결국 5개를 사려다가 2개는 내려놨다”고 했다.

국민일보가 이날 서울 시내 약국과 편의점 20곳을 둘러본 결과 모든 판매처의 키트 가격이 여전히 6000원으로 돼 있었다. 종로구 한 편의점 점주는 “‘오늘은 키트 값이 얼마냐’는 전화가 매일 걸려오지만 아직 본사로부터 아무런 공지를 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한때 ‘대란’ 지경까지 갔던 검사키트 공급 문제가 최근 들어 상당부분 해소됐음에도 가격 변화는 없자 소비자들은 불만을 터뜨린다. 특히 자영업자처럼 손님들과의 직접 접촉이 많은 이들에게 키트는 필수품으로 자리잡은 상황이다. 백모(60)씨는 최근 기침이 잦아지자 매일 아침저녁으로 키트 검사를 하고 있다. 그는 “키트로 확인해 ‘셀프 격리’를 하려고 한다”며 “병원에 가서 신속항원검사를 받자니 시간도 걸리고 생업에도 지장이 생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취재에 응한 약국 대부분은 가격 인하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양천구 한 약국 관계자는 “키트 판매에는 소분 작업이 필요해서 인건비까지 고려하면 지금이 최저 가격”이라고 했다.

소비자들에게 보다 저렴하게 키트를 공급하기 위해선 온라인 판매 금지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온라인에서 키트 거래가 이뤄진다면 가격 경쟁으로 소비자 가격이 보다 빠르게 내려갈 수 있다. 실제로 키트 수급 문제가 불거지기 전의 온라인 판매 가격은 개당 3000~4000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식약처는 “유통 상황을 점검하며 온라인 판매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입장이다.

일부는 현재와 같이 자주 검사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 의문도 표한다. 4살 난 아들을 키우고 있는 정모(32)씨는 “아이가 지난달 확진됐다가 지금은 완치됐는데도 어린이집에서 매주 2번 ‘한 줄짜리 키트’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요지부동 키트 가격에 대한 불만 여론이 높아지자 일부 편의점 업체는 판매가를 낮추기로 했다. 편의점 CU와 세븐일레븐 등은 7일부터 키트를 개당 5000원에 판매할 계획이다.

박민지 성윤수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