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2022 KGC 인삼공사 정관장 프로농구가 5일 시즌 최종전을 끝으로 정규시즌 일정을 마무리했다. 우승팀 서울 SK을 필두로 수원 KT, 안양 KGC, 울산 현대모비스, 고양 오리온, 대구 한국가스공사가 포스트시즌 진출을 결정지은 가운데 주말까지 6강 플레이오프 진출팀이 확정되지 않았을 정도로 시즌 막판 순위경쟁이 치열했다.
5일 경기에서는 모비스가 전주 KCC를 89대 70, 오리온이 서울 삼성을 101대 72로 꺾으며 포스트시즌 진출팀 다운 경기력을 선보였다. 특히 모비스 함지훈은 13점 10리바운드 10어시스트로 국내선수 최고령(37세3개월)이자 모비스 팀 역사상 첫 국내선수 트리플더블 기록을 세웠다.
1·3위 팀이 맞붙은 SK 대 KGC, 2·6위팀이 맞붙은 KT 대 가스공사 경기에서는 KGC(91대 84)와 가스공사(83대 81)가 각각 승리를 거두며 봄 농구를 앞두고 기세를 올렸다. 6강 경쟁에서 나란히 미끄러진 원주 DB와 창원 LG의 경기에선 DB가 100대 89로 승리하며 탈락의 아쉬움을 달랬다. 또한 이날 경기 전까지 동일 승률로 공동 5위에 자리했던 오리온과 가스공사는 두 팀 모두 승리하면서 상대전적에서 우위를 점한 오리온이 5위, 가스공사가 6위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이번 시즌 KBL은 시즌 막판 5~6라운드 내내 5위부터 8위까지 4팀이 촘촘한 순위경쟁을 펼쳤다. 지난달 중순 DB와의 백투백 2연전을 쓸어 담은 오리온이 승기를 먼저 잡았고, 가스공사도 상위권 팀과의 맞대결에서 선전하면서 막바지 승수 추가에 실패한 LG(24승29패)가 7위, DB(22승31패)가 8위로 고배를 마셨다. 지난해 챔피언결정전 진출팀 전주 KCC(21승32패)는 한 시즌 만에 9위로 급전직하했고, 이상민 감독이 교체되는 등 홍역을 치른 삼성은 시즌 10승도 채우지 못하고 최하위(9승44패)에 그쳤다.
LG는 올 시즌을 앞두고 주전 가드 김시래를 삼성으로 보내고 빅맨 김준일을 받아왔다. 또 이관희-이재도 백코트 듀오로 팀을 재정비했다. 하지만 김준일이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한 1라운드 2승 7패로 부진했던 성적이 막판 순위경쟁까지 발목을 잡았고, 이재도와 이관희의 앞선 라인도 기대만큼 시너지와 효율을 보여주지 못했다.
DB는 현 시점 KBL 최고스타인 에이스 허웅이 한 시즌 국내선수 누적 900점을 넘기고 국내선수 평균득점 2위(16.6점)에 오르며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지만 이를 팀 성적으로 이어가지 못했다. 얀테 메이튼의 아쉬운 부상 공백 속에 경기력 기복이 컸고, 강상재와 김종규 등 국내 빅맨 활용에 있어서도 아쉬움을 남겼다.
지난해 챔피언결정전 진출팀 KCC는 송교창 부상과 에이스 라건아의 노쇠화라는 숙제를 넘어서지 못했다. 라건아는 서장훈(5235리바운드)을 넘어 KBL 역대 최다 리바운드 선수로 등극하는 등 여전한 활약을 선보였고, 이정현이 528경기 연속 출장의 꾸준함으로 팀의 중심을 잡아줬지만 경기 지배력에서 전반적으로 예년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다.
삼성은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었다. 시즌 초반 코로나19 여파에 아이제아 힉스 등 주축 선수들이 부상으로 이탈했고, 천기범의 음주운전 적발과 불명예 은퇴까지 덮치며 시즌 내 연패를 반복했다. 이상민 감독 자진 사퇴에도 어수선한 팀 분위기 반전에 실패한 가운데 10승 고지조차 밟지 못한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이규섭 감독대행이 최종전 후 언급한 것처럼 “시즌 도중 여러 일들이 있어서 선수들도 큰 상처를 입은 시즌”으로 남게 됐다.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한 팀들은 비시즌 전력보강을 통해 약점 메우기에 나설 전망이다. DB와 KCC는 간판스타 허웅과 이정현이 각각 자유계약선수(FA) 권리를 획득하기 때문에 집토끼 단속이 우선 관건이다. 힘든 시즌을 보낸 최하위 삼성은 팀 분위기 쇄신과 더불어 외부영입 등 투자가 숙제로 남게 됐다.
6일 열린 KBL 정규시즌 시상식에서 영예의 MVP는 SK의 최준용(국내선수)과 자밀 워니(외국인선수)에게 돌아갔다. 최준용은 올 시즌 전 경기(54경기)를 출장하며 평균 16.0득점 5.8리바운드 3.5어시스트를 기록했고, 워니 역시 평균 22.1득점(1위) 12.5리바운드로 팀의 압도적 정규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SK에서 정규리그 국내선수 MVP가 나온 건 2012-2013시즌 김선형 이후 9년 만이다.
기자단 총 투표수 109표 중 104표를 받은 최준용은 시즌 막판 김선형과 워니가 모두 빠진 상황에서 팀을 이끌며 늘상 ‘한 끗’씩 아쉬웠던 존재감을 확실하게 증명했다. 의심할 여지없는 재능에도 불구하고 코트 안팎에서 돌출 행동으로 악동 이미지가 강했던 최준용은 올해 절치부심해 커리어하이 시즌을 만들어냈다. 최준용은 “이자리에 오기까지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며 SK 동료들과 전희철 감독 등 코칭스태프에게 “사랑한다”고 감사를 전했다. 이어 “정말 어려울 때 주변에서 도와 준 (김)효범이형, (강)성우형, (이)대성이형 정말 고맙다”고 덧붙였다.
신인상은 모비스 이우석이 차지했다. 팀 핵심 자원으로 거듭난 중고신인 이우석은 52경기에 나서서 평균 12점 4.2리바운드 3.2어시스트를 올리며 총 109표 중 76표를 얻어 프로농구 최초 ‘2년차 신인왕’에 등극했다. 이날도 ‘플레이 오브 더 시즌’상을 수상한 강력한 경쟁자 KT 하윤기(32표)를 제쳤다. 이우석은 “모비스 선수 중 양동근 코치(2004-2005시즌) 이후 첫 신인왕 수상이라고 들었다. 코치님이 걸었던 길을 따라 걷도록 하겠다”며 KBL 레전드 선배의 뒤를 잇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감독상은 감독 데뷔 첫 해에 팀을 정규리그 우승으로 이끈 SK 전희철 감독에게 돌아갔다. 전 감독은 “감독 첫 해부터 큰 상을 받게 돼 영광”이라며 “제 부족함이 드러나지 않게 열심히 잘 뛰어 준 선수들과 더 잘 뛰게 응원해 준 팬들께 감사하다”고 공을 돌렸다.
리그 베스트5에는 최준용, 워니, 이대성(오리온), 허웅, 전성현(인삼공사)이 뽑혔고 수비 5걸에는 문성곤, 정성우(KT), 이승현(오리온), 머피 할로웨이(오리온), 차바위(가스공사)가 이름을 올렸다. 문성곤(인삼공사)과 허웅은 각각 3년 연속 최우수 수비상과 인기상의 주인공이 됐다. 팬 투표에서 압도적 1위를 한 형 허웅(6만6881표)에 밀려 인기상을 놓친 허훈(KT·3만6799표)은 이성구 페어플레이상을 받았다. 식스맨상은 전현우(가스공사), 기량발전상은 정성우가 각각 획득했고 심판상은 장준혁 심판이 받았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