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오프닝 물결’ 고유가에도 석유소비량 역대 최대를 찍다

입력 2022-04-07 06:01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에서 일본 도쿄 나리타 공항으로 향하는 탑승객들이 출국 수속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년 전 결혼식을 올렸던 A씨는 요즘 하와이로 떠날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200만원에 육박하는 가격에 잠시 망설였지만, 코로나19로 2년 전에 가지 못했던 신혼여행의 보상이라 여기고 항공권을 샀다.

국제유가 급등에도 불구하고 올해 들어 석유 소비량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석유 소비의 이면에는 차츰 강해지는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이 있다. 팬데믹 기간에 피하거나 막혔던 활동·여행에 대한 ‘보상심리’가 소비를 이끌면서 휘발유, 경유 등의 차량용 제품과 항공유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7일 한국석유공사 석유정보사이트 페트로넷에 따르면 지난 1~2월 국내 석유제품 소비량은 1억6227만 배럴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6%(1416만 배럴) 증가한 수치다. 페트로넷이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97년 이후 각 연도의 같은 기간 대비 최고치다. 휘발유와 경유는 각각 8.4%, 4.2% 증가했다. 항공유는 29.3% 늘었다. 윤활유도 42.0%나 올랐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는 추세라고 진단한다. 전 세계적으로 ‘위드 코로나’ 정책이 확산됨에 따라 석유 소비 증가세는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인천국제공항 이용 여행객 수는 지난 1일 2만명을 돌파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2년여 만에 처음이다.

고유가인 데다, 석유 소비량이 늘면서 정유사들은 조용히 ‘좋은 성적표’를 기대하고 있다. 고유가는 산업계에 비용 부담의 증가를 안기지만, 정유업계는 예외다.

정유업계에 따르면 정유사들의 수익성을 가늠하는 지표인 정제마진은 이달 첫 주에 배럴당 13.95달러까지 늘었다.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0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올해 1분기 평균 정제마진은 배럴당 7.7달러로 지난해 1분기(배럴당 1.8달러)보다 4배 이상 뛰었다. 정유업계에선 보통 배럴당 4~5달러 수준을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증권업계도 이를 바탕으로 국내 정유사들이 올해 1분기 역대급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올 1분기 매출액 15조7395억원, 영업이익 7546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에쓰오일도 매출액 9조3397억원, 영업이익 9874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모두 전년 동기보다 50% 이상 증가한 규모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유럽에서부터 봉쇄 조치를 완화하고 산업생산도 서서히 늘어나는 등 일상생활로의 복귀에 시동이 걸리면서 최근 석유제품 수요가 증가했다”고 말했다. 다만 지금 상황이 비정상적이라 언제든지 급락할 가능성이 있다. 이 관계자는 “(지금의 실적은) 일시적으로 좋아진 것일 수 있다. 2분기, 3분기로 이어진다고 보기 어렵다. 유가 급락 시 언제든 수익성에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불확실성이 큰 만큼 정제마진이 급하게 축소되는 경향도 있다”고 덧붙였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