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까지 그만두고 아버지에게 간이식한 20대 딸

입력 2022-04-06 15:31 수정 2022-04-06 15:49
지난 3월말 간이식 수술 전 아버지 박춘수씨와 딸 박영은씨가 서로를 걱정하며 위로했다. <사진=박씨 제공>

주민을 위해 반평생 봉사활동을 해오다 간경화 악화로 생명의 위기를 맞은 아버지에게 간이식을 해드린 20대 딸이 주위를 훈훈케 하고 있다.

주인공은 전남 고흥군에 거주하고 있는 박영은(25)씨. 고흥군보건소 모자보건지소에서 일하는 박씨는 아버지 박춘수씨의 병세가 갑자기 악화되자 직장까지 그만두고 아버지에게 간이식을 하게 됐다.

15년전 간경화 판정을 받은 아버지 박씨가 몸 관리를 하며 건강하게 지내오다가 지난 2월 갑자기 간성혼수가 두 번씩 찾아오자 간이식 수술을 받아야 하는 처지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딸 박씨는 “어릴적부터 아버지의 덕행을 보고 듣고 자라오면서 늘 자랑스러워했는데 위중해질 수 있다는 소식에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이라며 밝게 웃었다.

성공적으로 수술을 마치고 회복 중인 박씨는 “아직 결혼도 하지 않은 딸의 몸에 수술 자국이 남는 것도 마음 아프고, 귀한 딸의 장기를 받는다는 생각에 처음에는 많이 망설였지만 딸의 간곡한 설득에 눈물을 머금고 이식하게 됐다”면서 “사랑하는 내 딸의 따뜻한 마음에 너무 감동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지난해 7월 10일 입원 중이던 고흥읍 윤호21병원에서 불이 나자 자신의 안전을 뒤로 한 채 병실에 있는 어르신들을 구조하고 맨 마지막에 대피하다 많은 연기를 흡입해 지금도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

박씨는 “앞으로도 어려움과 위기에 처한 이웃과 주민을 보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들을 먼저 구조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고 말했다.

고흥=김영균 기자 ykk22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