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대인 시장에는 12년째 1000원짜리 식사를 파는 ‘해 뜨는 식당’이 있습니다. 그 돈이면 부실할 것으로 생각하는 분들 있겠죠. 하지만 이곳에선 쌀밥과 된장국 그리고 매일 바뀌는 반찬을 내놓습니다.
편의점에서 과자 한 봉지를 사기도 어려운 돈으로 이게 가능하냐고요? 해 뜨는 식당의 주인인 김윤경씨는 매달 100만~200만원의 적자를 메꾸기 위해 보험 일을 겸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왜 1000원만 받을까요. 물어보니 김씨의 대답이 멋집니다.
“1000원이라는 밥값은 무료 급식이 아니라는 뜻이에요. 내가 돈을 내고 먹는다는 생각을 가지게 해 드리려는 것이죠. 그래야 더 드시고 싶으실 때 더 달라고 하실 수 있고요, 저희는 리필이 가능하거든요.”
2010년 8월 김씨의 모친 김선자씨는 이웃에게 베풀기 위해 식당 운영을 시작했습니다. 모친은 2015년에 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나면서 딸에게 식당을 계속 운영해 주길 바란다는 유언을 남겼습니다.
팔수록 적자인 사정을 아는 이들은 식당에 후원금만 전달하거나 몇 명분의 식사를 선결제하기도 합니다.
김씨는 “도와주시는 분들께 감사하다고 일일이 연락 드리고 싶지만 최근에는 개인 정보 보호로 택배에 이름과 전화번호가 가려져 있어서 감사 인사도 어려워요. 이 기회를 통해 손님들에게 덕분에 더 좋은 음식을 대접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어요”라고 밝혔습니다.
코로나 이후에는 손님이 부쩍 늘었다고 합니다. 운영이 어려워진 무료 급식소 손님들이 찾아온다고 하네요. 김씨는 그래도 ‘아직 살만한 세상’이라고 말합니다.
“가족 같은 손님들이 아파트 홍보물에 있는 사탕 하나를 받아도 저에게 나눠주시고, 커피를 사도 혼자 마시기 아까우니 반으로 나누자고 해요. 어떤 분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에게 제공되는 쌀 포대를 식당에 가져와 주시기도 하고요.”
김씨는 특히 조선대 식품영양학과 소속 ‘더하다 봉사 동아리’ 학생들을 칭찬했습니다.
“설거지하고 파를 다듬거나 국거리도 썰어주고요. 이번 설에는 어르신들에게 명절 음식을 대접하고 싶다며 잡채를 준비해와서 손님들이 엄청 맛있게 드셨어요.”
김씨는 식당 문을 닫는 날을 꿈꿉니다. 더 이상 배가 고파 찾아오는 분들이 없는 세상이 오길 바랍니다.
광주 동구 대인시장에는 이 곳 뿐만 아니라 1000원 국수를 파는 가게도 있습니다. 또 넉넉한 양의 국밥집도 있습니다. 이 기사를 읽은 여러분이 시장의 봄날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방문해도 좋겠습니다. 많은 사람의 도움으로 ‘해 뜨는 식당’과 우리 이웃들에게 ‘쨍하고 해 뜰 날’이 찾아오길 바랍니다.
글·그림=이유민 인턴기자, 아살세 기사=이예솔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