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 금연 효과’는 없다…담배 끊었다 다시 피우면 암 위험↑

입력 2022-04-06 11:18 수정 2022-04-06 11:50
보건소 금연클리닉 장면. 국민일보DB

담배를 도저히 끊기 어려우면 흡연량을 줄이기라도 해야 암 발병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담배를 끊었다가 다시 피우는 사람은 기존 보다 흡연량을 절반으로 줄이더라도 암 위험이 더 높아졌다. 반짝 금연 효과는 기대할 수 없다는 얘기다.

어렵사리 금연에 성공했으면 반드시 금연 상태를 지속하는 것이 암 위험을 덜 수 있는 길이다.

삼성서울병원 신동욱 교수, 서울대병원강남센터 유정은 교수 연구팀은 흡연력이 있는 국가건강검진 참여자 89만3582명을 대상으로 암 발생 위험을 분석해 미국암협회지(Cancer) 최신호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2009년과 2011년 두 차례 모두 국가건강검진에서 밝힌 흡연력을 토대로 2018년까지 흡연량 변화에 따른 암 발생 여부를 추적 조사했다.
연구 대상자는 40세 이상으로 평균 추적 관찰 기간 6.1년 동안 5만869명이 암을 진단받았다. 이 가운데 81%가 흡연과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연구팀은 이들을 하루 평균 흡연한 담배 개비 수를 기준으로 금연군, 감연군, 유지군, 증가군으로 구분했다.
이에 따르면 금연에 성공한 사람은 20.6%(18만4092명)에 불과했다. 흡연량을 줄인 사람은 18.9%(16만8615명)였다. 절반에 가까운 45.7%(40만8605명)는 평소 피우던 대로 흡연을 유지했다. 기존 보다 20% 이상 흡연량을 늘린 사람도 14.8%(13만2270명)로 적지 않았다.

이들 집단간 암 발생 위험도를 비교 분석한 결과 유지군과 비교시 금연에 성공한 사람들의 암 발생 위험이 가장 낮았다. 전체 암을 통틀어서는 6%, 흡연 관련 암은 9%, 폐암은 21%까지 발생 위험을 낮췄다.

담배를 끊지 못했더라도 흡연량을 줄인 경우 암 발생 위험을 낮추는 효과를 보였다. 흡연량을 50% 이상 감연한 경우 유지군에 비해 전체 암 발생은 4%, 흡연 관련 암은 5%, 폐암은 17% 정도 위험도를 줄였다.

금연에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다시 담배를 피우는 경우엔 암 발병 위험도 다시 치솟았다.
연구팀이 두 차례 건강검진에 이어 2013년 건강검진 자료까지 있는 사람 68만2996명을 추가로 분석해 금연 중인 사람과 금연 후 다시 흡연을 시작한 사람의 암 발생 위험을 비교했다.

그 결과 금연 이후 다시 담배를 피우는 경우에는 이전 흡연량의 50% 이상으로 감연하더라도, 금연 상태를 유지한 경우와 비교해 흡연 관련 암은 19%, 폐암은 48%까지 발생 위험도가 다시 높아지는 걸로 나타났다.

신 교수는 6일 “안전한 흡연 수준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으므로 흡연자라면 지금 당장 담배를 끊는게 건강에 가장 좋다”면서 “금연에 실패했다고 낙담하지 말고 일단 흡연량을 충분히 줄여 위험을 낮추고, 최종적으로 담배로부터 해방되어야 암 걱정을 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정은 교수는 “그동안 금연 이후 다시 담배를 피우는 것이 암 발생 위험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연구가 부족했다”며 “금연 후 재흡연시 암 발생이 증가할 수 있으니 어렵게 금연에 성공했으면 반드시 금연 상태를 유지해 한다”고 강조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