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재래시장에서 오랜 시간 알고 지낸 지인을 흉기로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60대 남성이 중형을 선고받았다.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오권철)는 5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전자장치 부착명령 청구는 기각했다.
재판부는 “범행 당시 피해자를 찌르고 현장을 벗어났다가 살아있는 것을 확인하고 다시 다가가 수회 찔렀다”면서 범행이 대담하고 잔혹하다. 피해자가 공격받고 사망할 때까지 고통은 상상하기 어렵다. 이에 상응하는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1월 25일 서울 강북구의 한 재래시장에서 평소 알고 지내 왔던 60대 남성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A씨는 담배를 피우던 B씨에게 다가가 옷 속에서 숨겨둔 흉기를 꺼내 여러 차례 찌른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현장을 잠시 벗어났던 A씨는 B씨가 살아있는 것을 확인한 뒤 다시 다가가 공격한 것으로 전해졌다.
범행 후 스스로 경찰에 신고한 A씨는 현장 인근에서 체포됐고, B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A씨는 피해자 B씨가 과거 자신을 폭행하고도 사과하지 않고, ‘기초생활수급비를 부정 수급한 것을 신고해 수급비를 못 받게 하겠다’고 위협성 문자를 보내 원한을 품은 것으로 전해졌다.
앞선 공판에서 A씨는 자신의 범행이 계획된 것이 아니며 미필적 고의 하에 우발적으로 이뤄진 일이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A씨는 범행 직전 지인을 만나 사람을 죽이러 간다며 흉기를 샀다”면서 “범행 경위와 범행 방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범행이 우발적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면서 “자신에게 피해를 입히고도 오히려 자신을 위협하는 피해자에게 피고인이 원한을 가진 것으로 보이고 그로 인해 살의를 가졌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다만 “A씨가 범행 직후 112에 스스로 전화해서 신고한 점, 수회 정신건강의학과 약을 처방받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원태경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