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욱 ‘선제타격’ 발언이 북한에 먹잇감 됐다”…핵실험 강행하나

입력 2022-04-05 17:53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왼쪽)과 성 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국무부 청사에서 회담을 마친 뒤 나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이 서욱 국방부 장관의 ‘선제타격’ 발언에 강하게 반발하며 5일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담화를 통해 핵무기 공격 위협까지 내놨다. 서 장관 발언을 빌미로 무력 강화와 도발에 나설 명분을 쌓는 모습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도 우리의 선제타격 가능성을 현실적 공포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사소한 실수나 오판에 의한 핵전쟁의 가능성이 이전보다 높아졌다는 점을 특별히 유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서 장관의) 선제타격이 북한에 좋은 먹잇감을 던져준 셈이 됐다”며 “전쟁에서 재래식 무기로는 남한과 맞설 수 없는 만큼 전쟁 초기부터 핵무기를 쓰겠다는 방침을 내놓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이 김 부부장 담화를 대내용 매체인 노동신문에도 실은 점은 경제난 속에서도 국방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주민들에게 준 것으로 풀이된다. 내부적으로 결속을 다지려는 목적도 있는 것이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재개하며 핵·미사일 모라토리엄(유예)을 파기하고 핵실험이라는 고강도 도발까지 선택지에 넣고 있는 데에는 중국과 러시아의 묵인이 상당한 역할을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거에 중국과 러시아는 자신들의 영토 인근에서 벌어지는 핵실험에는 민감하게 반응하며 자제를 촉구했었다. 그러나 중·러가 각각 미국과 대치하는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신냉전으로까지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현재로선 중·러가 북한의 핵실험마저 용인할 수 있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미국도 이런 상황을 인식한 듯 대응에 나섰다. 성 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4일(현지시간)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만나 북한 문제를 논의했다. 김 대표는 “우리는 긴장을 고조시키는 북한의 행위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강력한 대응의 중요성에 동의했다”면서 “새로운 안보리 결의를 추구하기 위해 노 본부장 및 그의 팀, 유엔의 동료들과 협력하기를 고대한다”고 밝혔다.

새로운 안보리 결의에는 북한에 대한 원유 및 정제유 공급량 상한선을 줄이는 내용 등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안보리 결의 2397호는 북한이 ICBM을 쏘면 연간 400만 배럴과 50만 배럴로 각각 설정된 대북 원유·정제유 공급량 상한선을 추가로 줄일 수 있도록 한 ‘트리거’ 조항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이 조항도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러가 반대하면 실현되기 어렵다. 김 대표가 노 본부장에 이어 류샤오밍 중국 한반도사무특별대표를 만난 것도 북한의 도발을 자제시키는 데 있어 중국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노 본부장의 초청을 수락해 조만간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그는 카운터파트인 노 본부장뿐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팀과도 만나 대북정책 조율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