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0년 3개월 만에 4%대로 치솟았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상품 가격이 오르고 외식 등 서비스 가격이 상승한 영향이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추가경정예산(추경)이 편성되면 물가 상승폭이 더 커질 전망이다. 다급해진 정부는 처음으로 유류세 30% 인하 카드를 꺼냈다.
통계청은 5일 3월 소비자물가지수가 106.06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4.1% 상승했다고 밝혔다. 소비자물가는 공업제품과 서비스, 전기·가스·수도, 농축수산물 모든 품목에서 올랐다.
부문별로는 생활물가지수가 가장 크게 상승했다. 생활물가지수는 지난달 4.1% 상승한 데 이어 이달 5.0% 올랐다. 생활물가를 구성하는 품목 가운데 식품의 오름세가 4.7%로 컸다. 서비스 물가도 3.1% 상승했는데 특히 외식이 6.6% 올랐다. 외식 물가 상승폭은 1988년 4월 7.0% 이후 24년 만의 최대치다.
최근 크게 오른 국제유가가 물가 상승을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공업제품 물가지수는 1년 새 6.9% 상승했는데 특히 석유류 상품 상승률은 31.2%를 기록했다. 석유류 상품 지수는 지난해 11월 35.5% 상승한 후 등락을 반복한 뒤 4개월 만에 상승률 30%대로 돌아왔다.
통계청은 물가 상승세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물가가 하락할 요인을 찾기 어렵다는 이유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국제유가 포함 원자재 가격, 곡물 가격, 글로벌 공급망 차질 등 대외 불안요인이 악화할 우려가 있어 오름세가 둔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는 다음 달부터 3개월간 유류세 인하폭을 기존 20%에서 30%로 확대해 물가 상승세를 둔화시킨다는 계획이다. 다만 국제 유가 상승 흐름을 상쇄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어 심의관은 “유류세 인하는 민생 경제 측면”이라며 “석유 가격 오름세를 둔화시킬 가능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추경이 편성되면 물가 상승세가 더욱 가팔라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선거 공약으로 50조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해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완전한’ 손실보상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상봉 한성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추경을 하게 되면 물가가 오르고 금리가 오를 수밖에 없다”며 “특히 적자 국채를 발행하게 된다면 물가는 더 올라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