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한 영리병원 길 열리나…법원 “내국인 진료 제한 부당”

입력 2022-04-05 17:40 수정 2022-04-06 16:07
국내 첫 영리병원으로 추진된 제주 녹지국제병원 전경. 제주도 제공

국내 첫 영리병원에 대해 제주도가 내린 내국인 진료 제한 조치가 위법이라는 법원의 1심 판결이 5일 나왔다.

판결이 확정될 경우 국내에서 내국인 진료를 포함하는 완전한 영리병원 운영이 가능해져 공공의료체계 붕괴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제주지법 제1행정부(재판장 김정숙)는 5일 중국 녹지그룹 자회사인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이 제주도지사를 상대로 제기한 ‘외국 의료기관 개설허가조건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는 제주특별법에 따라 의료기관 개설주체 등에 대해 특례를 정한 것 외에 의료법에 따른 의료기관 개설허가의 기본적 성질을 동일하게 가지고 있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허가하는 게 타당하다”고 밝혔다.

녹지병원은 2018년 12월 제주도가 내국인 진료를 제한하는 조건으로 병원 개설허가 결정을 내리자 ‘병원은 정당한 사유없이 진료를 거부할 수 없다’는 의료법 조항 위반을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다.

제주도는 도민 반대와 도지사의 최종 재량 판단 등이 의료법이 정한 ‘정당한 진료 거부 사유’에 해당한다고 맞섰지만 1심 법원은 외국인 진료만 허용한 제주도의 제한이 법적 근거가 없다며 녹지 측의 손을 들었다.

녹지 측은 앞서 지난 1월 이번 판결의 후행 처분에 해당하는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취소처분 취소 소송’에서도 대법원에서 원고 승소 확정판결을 받은 바 있다.

녹지병원이 개원 전 제주도와 내국인 진료 문제를 놓고 대립각을 세우며 의료법상 정해진 개원허가 유효기간을 초과하자 제주도가 이를 이유로 개설허가를 취소했고 녹지 측이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은 “병원이 내국인 이용을 배제하지 않는 방향으로 개원 준비를 마쳤는데 제주도가 허가 신청 15개월이 지난 후에야 진료 대상을 외국인 의료관광객으로 한정하면서 사업 계획 수정 등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라며 병원 측 손을 들었다.

하지만 이번 판결이 최종 확정되더라도 제주에서 영리병원 개원이 바로 가능한 것은 아니다.

최근 녹지 측이 병원 건물과 부지를 국내 법인에 매각하면서 제주도 조례상 영리병원 개설에 필요한 외국인 투자비율 50%이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게 됐기 때문이다.

도는 이번 판결과 관계없이 최근 현지실사를 벌여 녹지병원에 의료 인력과 장비가 미비한 것을 확인하고, 12일 병원의 실질적 개설 허가 요건 미충족에 따른 행정 절차를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번 내국인 의료 제한 부당 판결이 최종심에서도 확정될 경우 국내 제주를 비롯한 외자 유치 특례를 두는 지역을 중심으로 내국인도 사용 가능한 완전한 영리병원 개원은 가능한 상황이 됐다. 이에 따라 국내 의료체계에 큰 논란이 일었던 영리병원 갈등도 재연될 전망이다. 아울러 제주도는 천문학적인 규모의 손해배상 책임과 소송 비용을 떠안게 된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