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산업은행(산은)이 지난 한 해 4대 시중은행보다 영업점 수를 더 많이 줄인 것으로 집계됐다. 취임 초기 이동걸 산은 회장은 소매 금융 강화에 열을 올린 바 있는데 정작 개인 고객과의 핵심 접점인 영업점 유지는 뒷전에 둔 것이다. 정부가 지분 100%를 보유한 국책은행인 산은이 개인 고객을 외면하고 비수도권 고객의 금융 소외 현상에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민일보가 5일 각 은행의 경영 공시 등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말 기준 산은의 국내 영업점 수는 61곳이다. 2020년 말 69곳 대비 11.6% 감소한 수치다. 같은 기간 4대 시중은행의 경우 하나은행은 5.8%, KB국민은행은 6%, 우리은행은 6.5%, 신한은행은 8.8% 감축하는 데 그쳤다. 서울·경기·인천을 제외한 비수도권 영업점의 경우 산은은 31곳에서 27곳으로 12.9%나 줄였다. 하나은행(3.4%)과 비교하면 감축률은 4배에 육박한다.
정책 금융을 더 많이 지원하고 조달 금리를 낮추려면 산은이 민간 잉여 자금을 끌어와야 한다던 이 회장의 발언과는 180도 다른 방향이다. 이 회장은 지난 2017년 9윌 취임 직후부터 소매 금융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해왔다. 기준 금리가 1%대이던 2019년까지만 해도 연 5%대 적금 상품을 내놔 은행권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산은은 이 회장 취임 초반 국정 감사 등에서 ‘중소기업대출 등 혁신 금융보다 소매 금융을 공급하는 데 치중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도 개인 고객을 중시하는 모습을 보여 의아했다”면서 “지난해 영업점 감축에 적극적이었던 것을 보니 소매 금융을 축소하는 쪽으로 뒤늦게 선회한 것 같다”고 말했다.
산은이 민간 은행인 시중은행보다 빠른 속도로 영업점을 줄여나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재영 가톨릭대 경영학과 교수는 “영업점 감축은 고령층·비수도권 고객의 금융 소외뿐만 아니라 신규 채용 감소도 유발한다”면서 “산은이 소매 금융을 아예 포기할 것이 아니라면 영업점 감축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