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 직원들은 요새 일이 좀처럼 손에 안 잡힌다고 하소연한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논의 중인 정부조직 개편을 앞두고 통상교섭본부가 외교부로 이관될 수 있다는 관측 때문이다. 외부에서는 통상 기능을 둘러싼 외교부와 산업부의 신경전을 ‘밥그릇 싸움’ 취급하지만 통상교섭본부 직원들에게는 실존의 문제다. 외교부 이관 시 통상교섭본부가 서울로 이전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해외 출장이나 외국 정부 관계자와의 만남이 잦은 통상교섭본부 특성을 고려하면 서울 이전이 실익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2014년 산업부가 세종시로 이전하면서 대다수 직원이 세종에 살고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한 통상교섭본부 관계자는 5일 “해외 국가들과의 협의가 주 업무다 보니 야근이 많은데 세종에서 서울까지 매일 출퇴근하는 건 불가능하므로 외교부 이관 시 대다수 직원이 서울 쪽에 거처를 다시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통상교섭본부 직원 321명 중 실·국장급 간부 일부를 제외하면 대다수는 세종에 거주하고 있다.
보통 정부 조직 개편이 이뤄지면 구성원을 대상으로 어느 부처로 갈지 의사를 확인한다. 2013년 박근혜정부 출범 당시 외교통상부의 통상 기능을 산업부로 이관할 때는 통상 분야 실무자 대다수가 외교부 잔류를 택했다고 한다. 세종 이전 대상 부처였던 산업부와 달리, 외교부는 서울에 남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비슷한 상황이 재현되면 2013년과 정반대 결과가 나올 것이란 관측이 많다. 다른 통상교섭본부 관계자는 “요새 서울 전셋값이나 집값을 생각하면 ‘집(세종)’ 대신 ‘직(職)’을 택하는 직원은 거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 탓에 일각에서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이나 공급망 이슈 등 중요 현안이 많은 통상 분야에서 인력 공백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