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쉴 곳이 없다… WHO “인류 99% 오염된 공기로 호흡”

입력 2022-04-05 14:12 수정 2022-04-05 14:53
서울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을 나타낸 지난달 16일 종로구 북악팔각정에서 북한산이 뿌옇게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인류의 99%가 오염된 공기를 마신다는 세계보건기구(WHO) 조사 결과가 나왔다. 산업 활동을 위축시킨 코로나19 대유행에도 대기질은 악화돼 인류의 1%만이 WHO 기준에 부합하는 공기로 호흡하고 있다.

WHO는 4일(현지시간) 세계 117개국의 6000여 지역에서 대기질을 분석한 결과를 이렇게 발표했다. 직전 조사 결과는 4년 전인 2018년에 발표됐다. 당시 오염된 공기를 마시는 인류의 비율은 90%였다. 코로나19는 그 이듬해 겨울부터 창궐했고, 2020년 3월 WHO에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선언됐다. 이로 인해 지난 3년간 공장 가동률과 선박·항공기의 이동량이 감소했지만 대기질은 개선되지 않았다.

다만 이번 조사에선 미세먼지(PM-10) 초미세먼지(PM-2.5) 이산화질소 농도가 처음으로 측정됐다. 한국에서 대기질을 측정할 때 가장 중요한 지표로 삼는 오염 물질이다. WHO의 측정 대상 확대로 오염된 공기를 마시는 인류의 비율이 4년 전보다 9%포인트 늘어났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4년 전에 집계돼야 했을 통계가 이번에 반영됐다는 의견이 더 설득력을 얻는다.

이산화질소의 경우 자동차 연료 연소 과정에서 배출된다. WHO는 이산화질소에 대해 “인체로 유입되면 호흡기 질환, 기침, 호흡 곤란의 증세를 일으킨다”고 지적했다.

WHO는 “폐와 혈관에 침투할 위험이 있는 입자를 포함한 공기를 마시는 지역도 있다”며 동남아시아, 지중해 동부, 아프리카의 대기 오염을 우려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대유행에서 살아남아도 대기 오염 때문에 여전히 700만명이 사망했고 수많은 사람의 수명이 단축되고 있다”며 “투자는 깨끗하고 건강한 공기보다 환경 오염 쪽에 집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오염된 공기를 마시는 환경은 상대적으로 저개발국에 집중됐다. 고소득 국가에서 WHO의 미세먼지·초미세먼지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대기질이 17%만 나타났다. 반면 중·저소득 국가에선 99%의 대기질이 기준을 충족하지 않았다.

대기질은 한국에서도 중요한 개선 과제다. 국내 미세먼지·초미세먼지 농도는 한국시간으로 5일 오후 1시 현재 ‘보통’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초미세먼지 농도는 오는 6일 전남과 제주를 제외한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나쁨’ 수준으로 예고돼 있다.

환경부는 매년 겨울마다 미세먼지 계절관리제를 시행해 대기질 개선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1일부터 지난달 31일까지였던 제3차 미세먼지 계절관리제를 시행한 결과에서 개선 효과가 나타났다.

환경부는 “지난겨울 4개월간 전국 초미세먼지 평균 농도는 23.3㎍/㎥로, 제1차 미세먼지 계절관리제를 시행했던 2019년과 2020년 사이 같은 기간(평균 농도 24.5㎍/㎥)보다 내려갔다”고 설명했다.

같은 기간 초미세먼지 농도의 ‘좋음’(15㎍/㎥ 이하)은 40일로, 2년 전(총 28일)보다 12일이 늘었다. 초미세먼지 농도 ‘나쁨(농도 36~75㎍/㎥)은 18일로 집계돼 2년 전(22일)보다 나흘 줄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