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이 국내 의료기관 중 처음으로 자체 생산한 ‘카티(CAR-T) 치료제’를 사용해 10대 백혈병 소녀를 살리는데 성공했다.
기존 치료에 듣지 않거나 재발한 말기 혈액암에 혁신적인 치료제이지만 비싼 약값으로 인해 혜택을 받기 어려웠던 국내 환자들에게 희소식이 될 전망이다.
카티 치료는 환자 혈액에서 뽑은 면역세포(T세포)가 암을 잘 인식할 수 있도록 유전자 조작을 거친 뒤, 배양해 다시 환자 몸속에 집어넣는 맞춤형 치료법이다.
면역세포가 암세포만을 정확히 표적하면서도 체내 정상세포 손상을 최소화해 획기적인 치료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강형진 교수팀은 ‘필라델피아 염색체 양성 최고위험 급성림프모구백혈병’을 앓고 있는 18세 여성 환자에게 자체 생산한 카티 치료제를 투여해 치료에 성공했다고 5일 밝혔다. 2018년부터 개발을 시작한 지 약 4년 만에 이룬 결실이다.
강 교수팀은 재발·불응성 소아청소년 및 25세 이하 젊은 성인 급성림프모구백혈병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자 주도 병원 생산 카티 치료 임상 연구를 진행 중이다. 연구팀은 이번 임상연구를 통해 모두 5명의 환자에게 무료로 카티 치료를 진행할 예정이다. 환자들은 기본 입원료 등 외에 카티 치료제 관련 비용은 부담하지 않는다.
이번에 카티 치료제를 투여받은 환자는 이전에 조혈모세포이식을 받았으나 재발했고, 이후 신규 표적 항암제 병용 요법으로 관해(암세포가 사라짐)가 왔지만 다시 미세 재발이 발생해 더 이상의 치료가 어려운 상태였다.
지난 2월 15일 환자의 말초혈액에서 림프구를 모은 후 다음 날부터 바로 카티 치료제 제조를 시작했다. 그로부터 정확히 12일 만에 성공적으로 생산을 완료해 같은 달 28일 환자에게 투여했다.
환자는 카티 치료제 투여 후 대표적 동반 면역반응인 ‘사이토카인 방출 증후군’이 생겼지만 잘 치료돼 지난달 17일 건강하게 퇴원했다.
이후 같은 달 28일 추적 골수검사를 진행했고 백혈병 세포가 완전히 사라진 것을 확인했다. 환자는 특별한 부작용 없이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의료진은 이 환자 포함 모두 2명에게 맞춤형 카티 치료제를 투여하고 추적관찰 중이다. 앞으로 추가로 3명의 환자가 자신의 T세포로 만든 치료제를 투여하게 된다.
이달 1일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된 해외 개발 또 다른 카티 치료제 ‘킴리아주’는 환자 혈액에서 추출한 T세포를 냉동 상태로 미국으로 보내 치료제로 만들어 재냉동 후 배송을 받아 환자에게 주입하기까지 3주 이상 걸리는데 반해, 국내 병원에서 카티 치료제를 생산하는 경우 빠른 시일 내에 투여 가능한 것이 장점이다.
재발·불응성 혈액암 환자들의 기대 여명은 3~6개월에 불과해 최대한 빨리 치료제를 적용해야 생명을 살릴 수 있다.
강형진 교수는 “향후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불응성 재발성 백혈병 환자의 경우 킴리아주 치료를 바로 시행하고 우리 병원 생산 카티 치료제 임상 연구는 미세 백혈병 재발, 뇌척수 등 골수 외 재발, 조혈모세포 이식 후 재발했지만 항암치료로 관해가 온 경우 등 킴리아주의 건보 적용에서 제외돼 사각지대에 놓인 환자 대상으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비용 지원이 가능한 임상연구 대상이 5명이지만 치료제를 시급히 필요로 하는 환자들이 있을 경우 그 이상도 가능하도록 해 볼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